류 전 감독은 삼성의 역대 사령탑 중 누구보다 뛰어났다. 2011년 부임하자마자 2014년까지 사상 초유의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팀을 정규리그 우승에 올려놓았으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터진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로 인한 주축 투수들의 이탈로 첫 실패를 맛봤다. 올 시즌에는 주축 투수들의 방출과 중도 계약 해지, 주축 타자들의 이적과 외국인 스카우팅 실패까지 여러 악재가 동시에 터지니 아무리 최고의 류 전 감독이라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삼성은 역대 최악인 9위를 기록했고, 그 책임은 류 전 감독에게 돌아왔다.
하나 묻고 싶다. 삼성의 올 시즌 9위 추락이 온전히 류 전 감독만의 탓인지. 지난해 야구단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 투자로 팀 전력이 약해진 게 먼저다. 제대로 된 ‘재료’도 준비해주지 않고, 과거와 비슷한 ‘진수성찬’을 차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울러 ‘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라는데 지난 5년간의 빛나는 업적은 류 전 감독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에는 충분한 명분이 됐을 테다. 혹자는 류 전 감독의 업적이 ‘선수빨’이라고 평가절하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있더라도 통합 4연패를 해내는 것은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염경엽 전 감독의 퇴단은 더욱 극적이었다. 17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직후 인터뷰에서 염 전 감독은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구단과 상의를 거치지 않은 그야말로 ‘깜짝 발표’였다. 이에 넥센은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퇴 의사는 수용하지만, 구단과 상의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유감스럽다. 염 전 감독은 8월1일자로 팀을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등의 내용을 밝혔다. 염 전 감독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 분노가 가득 섞인 뒤끝 있는 보도 자료였다.
이별 과정은 아름답지 못했지만, 염 전 감독과 넥센이 함께 한 4년은 아름다웠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한국시리즈 준우승도 했다. 그 덕에 넥센은 선수 팔아 연명하는 구단이란 ‘오명’에서 벗어나 ‘신흥 강호’로 발돋움했다.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부상으로 전문가들이 꼴찌 후보로 꼽던 올 시즌에도 염 전 감독은 미리 준비했다는 듯 새 얼굴들을 대거 기용해 넥센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았다.
넥센과 염 감독의 헤어짐은 야구단 운영의 근원적인 질문을 갖게 한다. 넥센의 성공이 이장석 대표로 대표되는 프런트의 공이 더 컸는지, 현장 책임자인 염 전 감독의 역량 덕분인지 말이다. 정답은 프런트와 현장이 만들어낸 합작품임에도 두 사람은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고, 그 끝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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