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가끔, 그때 그 여대생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7년 전 ‘루저(Loser)의 난’으로 곤욕을 치른 여대생 말이다. 황당했을 것이다. “남자 키가 180cm는 돼야 한다”고 자기 기준을 말했을 뿐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말은 일종의 재담이나 소신 발언으로 곁들였을 테고. 그런데도 난리가 났다. 방송 발언이었던 탓이다. 키가 얼마나 인화력 큰 문제인지 온 나라가 알게 됐다.

루저를 면하려면 키가 커야 하나. 반론도 많다. 미국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왜 어리석게도 클수록 좋다는 생각에 사로잡힐까”라고 개탄하며 제법 과학적인 반격을 가했다. 간추리면 이렇다. “실제로는 평균보다 작은 쪽이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굴드는 지금까지 기록된 최장 신장인 로버트 와들로가 22세에 죽었다고 예시했다. 그 키는 2m 하고도 72cm였다. 큰 키의 체중 때문에 발목에 댄 부목의 결함으로 감염증이 생겨 일찍 세상을 떴다고 한다. 굴드는 생명 현상 전반에 걸친 일반화도 시도했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생물종은 지질학적 척도에서 생존기간이 짧다”고. 하지만 감복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무엇보다, 굴드 자신이 비교적 단신이었으니까.

일반적으로 키가 커야 유리한 것은 상식에 가깝다. 특히 남성이 그렇다. ‘룩스’의 저자 고든 팻쩌는 “여성은 잠재적 남편의 키에 가장 관심을 갖는 반면 남성은 여성 몸무게에 관심을 둔다”고 했다. 영국 학자 다니엘 네틀의 연구 결과는 더욱 날카롭다. “키 큰 남자는 키 작은 남자보다 출산 성공률이 더 높다.”

서울 지역 중3 남학생의 평균 키가 처음으로 170cm를 넘어섰다고 한다. 최근 나온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평균이 170.4cm였다. 여학생은 160.4cm로 조사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학생은 1.0cm, 여학생은 1.2cm 커졌다. 반갑다. 하지만 ‘헬조선’ 구호가 둥둥 떠다니는 세태로 미루어 세상을 한층 성숙한 눈으로 보게 해줄 ‘마음의 키’도 같이 커지는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사회가 가시적 척도에만 집중하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그때 그 여대생처럼 말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