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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의월요일에읽는시] 탁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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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3 22:01:42 수정 : 2016-10-23 22: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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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1981~)
내게 무엇을 받을 것인가 바라지 말고,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 공격과 수비에 대해,

낮과 밤에 대해, 파리와 나비에 대해 생각해봐,

사각형의 세계는 늘, 받은 만큼 돌려준다,

독재자의 눈빛을 번득인다, 속임수를 쓴다,

모든 지나감을 아까워한다, 쉽게 탄식한다,

공을 주우러 가는 사내들, 화가 난 양이 된다,

성질 급한 교도관이 된다, 무릎을 굽히며 생각한다,

주고받음의 문제에 대해,

작은 공에서 일어나는 회전에 대해,

사이좋게 나눠 갖는 서브의 권리에 대해,

종교인처럼 말이 많다,

저 너머의 세계로 당신의 공을

떨어뜨릴 수 있겠는지 생각해 봐,

네트마다 그려진 빨간 해골과 친절한 아침밥에 대해,

협박과 편지에 대해, 망루와 난망에 대해,

녹색의 세계는 반드시



김영남 시인
이 시는 탁구게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위와 시설을 바탕으로 우리 삶을 성찰하고 있다. 성찰 영역이 내 주변에서부터 정치, 종교, 사회 환경까지 아우른다. 탁구공처럼 탄력 있고 경쾌한 보폭의 내용이어서 산뜻한 느낌이다. 주고받는 2박자 리듬 같은 운율도 생경한 단어를 의미망 내로 쉽게 수렴하게 함을 본다. 서효인 시인은 2011년 제30회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원고로 시집 ‘백년 동안의 세계대전’을 낸다. 인용시는 여기에 실려 있다. 첫 시집인데도 시집 전체를 누비고 있는 이 시인의 기량은 대단한 수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순발력을 바탕으로 한 멀티상상력의 시인. 오규원 시인 이후 가장 뛰어난 기교의 시인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여하튼 이후 활동 내용을 기대해본다.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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