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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휘루참마속(揮淚斬馬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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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7 00:21:27 수정 : 2016-10-27 00: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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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에는 측근 비리가 드러난다. 그 비리로 정파 간에 시비곡직을 다투고, 사회적 갈등 비용이 커진다. 측근 비리는 ‘한 방에 훅 간다’는 말처럼 비리 누적으로 정권이 통째로 넘어가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권력은 측근이 원수, 부자(富者)는 형제가 원수’라는 말이 운위되곤 한다.

중국 명나라 말기 환관 위충현(魏忠賢)의 세도는 황제 희종(熹宗)을 능가했다. 무뢰배 출신으로 환관이 된 그는 갖은 모략으로 권력을 틀어쥐었다. 황제의 권력서열이 위충현과 황제의 유모로서 내연녀인 객씨(客氏) 다음인 ‘넘버 3’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나 위충현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성역이 있었다. 황제를 향한 ‘만세’(萬歲) 구호였다. 그래서 위충현이 거리를 지날 때면 ‘구천세’(九千歲) 연호가 나왔다. 정의로운 동림파(東林派) 관료들을 탄압하고, 사병(私兵)을 배치해 공포정치를 함으로써 명나라 멸망을 촉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정국에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최씨 등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급조해 기업들로부터 800여억원을 빼앗더니, 이제는 딸의 대학 부정입학과 각종 특혜, 심지어 국기문란형 ‘대통령 연설문 개입’ 의혹까지 튀어나오고 있다. 특히 최씨 딸의 전국승마대회 성적과 관련해 이를 돕지 않은 공직자들이 쫓겨났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박 대통령 자신은 사과했다고 하지만, 최씨 등에 대해선 눈물을 머금고 측근인 마속을 죽인 제갈공명의 심정으로 결단해야 한다. ‘휘루참마속(揮淚斬馬謖)’, 인정에 흐르지 않고 법대로 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시대 법가 한비자는 측근이 간사한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상의 정치(禁心上治)라며 “나라를 다스리는 데 상과 벌이 아닌, 나쁜 마음을 지니지 않고 악행을 안 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治國安家非賞罰 操心禁事 于先發)”고 힘주어 말하지 않았는가.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揮淚斬馬謖 : ‘인정에 흐르지 않고 법대로 벌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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