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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화물표 역할 했던 목간, 고선박 비밀 푸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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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9 19:02:00 수정 : 2016-10-29 16: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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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중고고학의 출발 신안선 / 물품 종류·발송자·수신자 등 적혀 한국 수중고고학의 출발점이 된 신안선은 1323년 일본 도후쿠사(東福寺) 등이 발주한 엄청난 수량의 무역품을 싣고 중국 경원항을 출발해 하카타항으로 가던 중국배였다. 700년 전 국제무역선 중의 하나였을 뿐인 이 배의 여정을 알려주는 건 목간이다. 신안선에서 발굴된 300여점의 목간 중에는 ‘至治三年’(지치삼년·‘至治’는 원나라 연호), ‘東福寺公物’(동복사공물) 등을 적은 것들이 있다.

화물표 역할을 했던 목간은 물품 종류, 수량, 발송자와 수신자 등이 적혀 있어 고선박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된다. 마도 3호선이 ‘무인집정 김준 등에게 보내는 화물을 싣고 가다 1265∼1268년 침몰한 배’라는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마도 3호선에서 나온 김준 관련 목간. 최고 권력자인 김준에게 홍합젓갈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辛允和侍郞宅上’(신윤화시랑택상·신윤화 시랑 댁에 올림), ‘兪承制宅上’(유승제택상·유승제댁에 올림)이라고 적힌 목간이 결정적인 단서다.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신윤화는 1260년에 장군을 지낸 인물로, 장군과 ‘시랑’은 같은 4품의 벼슬이다. 마도 3호선이 1260년 무렵 항해한 선박임을 알 수 있다. ‘유승제’는 ‘승제’(고려시대 왕명 출납 담당 관직)라는 벼슬에 있는 유씨 성을 가진 인물을 가리킨다. 1260년경 승제 자리에 있던 사람은 유천우다. 재직 시기는 1265∼1268년이다. 김준의 이름은 ‘事審金令公主宅上’(사심김영공주택상·사심 김영공님 댁에 올림) 목간에 확인된다. ‘영공’은 제왕에게만 쓰던 극존칭으로 1260년대 중반에 영공이라는 불릴 수 있는 인물은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김준밖에 없다.

목간이 알려주는 역사적 사실은 풍부하다. 마도 3호선 목간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삼별초의 조직체계를 알려준다. 마도 2호선에서는 고려청자매병이 ‘樽’(준)이라고 불리며 꿀, 참기름 등을 담는 용기로도 사용되었다는 걸 증명하는 목간이 나왔다. 고선박의 편년이 확실해지면서 실려 있던 수만점의 도자기들의 성격이 보다 분명해져 도자사 연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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