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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옛 비밀 품은 바닷속 보물선… 역사의 타임캡슐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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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9 19:02:00 수정 : 2016-10-29 16: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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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발굴 사례
수백년 전 세계의 바다를 오고 갔을 수많은 선박들. 대부분이 이제는 사라지고 없지만,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아 지금껏 전하는 극히 일부의 배는 해양에서 전개됐던 세계사의 한 단면을 알려준다. 수중의 배에서 나온 값진 유물로 인해 ‘보물선’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고, 그것이 알려주는 먼 옛날의 정보가 너무 생생해 ‘타임캡슐’이라 불리기도 한다. 바다를 낀 많은 나라들이 보물선 찾기에 나서고 있고, 그간의 굵직한 성과들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13세기 중엽 지금의 충남 태안 해역에서 침몰된 마도 3호선의 도면. 선체의 대부분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고, 배 안에 있던 유물들을 그림으로 표시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완형의 한국형 고선박’ 마도 3호선

1265년 무렵, 지금의 여수 인근 포구를 출발한 배 한 척이 고려의 임시수도 강화도로 향했다. 어패류, 곡물류 등 화물을 잔뜩 실은 배였다. 선원들은 무사한 여정이길 빌었으나 ‘안흥량’(충남 태안 인근 해역)이 마음에 걸렸다. 격렬한 파도가 회오리치고, 암초가 도사려 배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곳. 고려에서 가장 험하다는 바닷길이지만 피해 갈 수는 없다.

2009년 9월 12일, 태안의 마도 주변 바다를 탐사하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팀이 고선박을 찾아냈다. 도자기 91점, 목간 35점, 금속 62점 등 많은 유물이 나왔다. 약 750년 전 강화도로 향했으나 끝내 끝내 안흥량을 넘지 못한 그 배가 긴 잠에서 깬 것이다.

‘마도 3호선’으로 명명된 이 배는 지금까지 발견된 14척의 한국 고선박 중 가장 완형에 가깝다. 선체는 길이 약 12m, 폭 약 8.5m, 선심(船深·배의 깊이) 약 2.5m의 규모다. 바닥은 5단, 좌·우현은 각각 10단, 9단의 부재가 남아 있다. 선수(船首), 선미(船尾)의 형태도 정확하게 보여준다. 연구소 양순석 학예연구관은 “마도 3호선에서 처음으로 돛대를 인양했다”며 “갑판부만 소실되고 원래의 90% 이상이 남아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연구소가 수중에서 선체를 분해해 인양하던 이전의 방식이 아니라 통째로 발굴할 계획을 세우고 바닷속에 그대로 둔 것도 그래서였다. 문제는 비용. 해체 인양하면 1억5000만원 정도가 들지만 통째로 할 경우 2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지,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소 10년 이상 보존처리를 해야 하는 고선박의 특성상 인양을 한다고 해도 보존처리를 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걸리는 부분이다. 마도 3호선은 후손들에게 위용을 드러낼 날을 기다리며 지금도 바닷속에 있다. 

중국의 남해 1호가 통째로 인양되어 해상크로드박물관 수조에 보관되어 있다.
◆‘1000억달러의 가치’ 남해 1호


2010∼2013년 아프리카 케냐 해역을 조사한 중국은 ‘쉴라수중유적’ 등에서 자국의 유물을 발굴했다. 유적의 연대는 멀게는 송·원시대에까지 이른다. 과거의 해상교역을 토대로 아프리카까지 뻗어간 중국의 ‘수중고고학적 굴기’에는 남부해안에 위치한 양장시 해릉도 해역에서 ‘남해 1호’를 발굴하며 축적한 기술, 전문인력의 저력이 있다.

남해 1호는 남송시대(1127∼1279)의 배로 북동계절풍을 타고 동남아시아, 서아시아로 무역활동을 했던 상선으로 추정된다. 영국과 공동으로 수중탐색을 벌이던 1987년 발견했고, 이후 일본과 유물을 수습했다. 주목되는 점은 당시 수중고고학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던 중국이 남해 1호의 발굴을 돕겠다는 영국, 일본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체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발견 후 20년이 지난 2007년 12월, 중국은 남해 1호를 통째로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남아 있는 선체 길이는 22.15m, 최대 폭은 약 9.9m로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되어 처음으로 발견된 고선박이다. 국가문물국 소속의 순지안은 지난 27일 목포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2016년 1월 5일 현재까지 도자기 1만3497개, 금붙이 151개 등 출토된 문화재 수량은 1만4392개이며 표본은 2575개, 응결물은 55t”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해릉도 인근에 ‘해상실크로드박물관’ 건립해 남해 1호의 보존처리, 추가 발굴 등을 진행 중이다. 배 안의 유물을 완전히 수습하지 않은 채 인양했기 때문에 발굴은 이제 수중이 아닌 육상에서 진행 중이다. 

바사호 축소모형.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바닷속 폼페이’ 바사호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순식산에 화산재에 뒤덮인 고대도시 폼페이는 2000년이 지난 지금도 당대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스웨덴의 바사호가 바닷속의 폼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원형의 95%가 남아 있는 데다 배를 장식했던 목조품과 사물함, 취사용구 등 선원들이 썼던 물건들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사호는 17세기 스웨덴의 막강한 해군력을 과시한 선박이었다. 길이 69m, 폭 11.7m의 배에는 64문의 포를 탑재했고, 500여명이 장기간 승선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1628년 8월 첫 항해에서 30m의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운명을 맞았다.

바사호는 1960년대 초 인양됐다. 330여년 동안 바닷속에 있었지만 700개의 조각상을 포함한 1만4000개 이상의 목조품이 발견될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조각상은 하나하나가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바다 위의 궁전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원형을 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사호가 침몰한 스톡홀름의 바다가 나무를 갉아먹는 배좀벌레 등의 미생물이 살지 못하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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