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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사농단언(私壟斷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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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3 01:15:56 수정 : 2016-11-03 01: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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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부에는 십상시(十常侍) 같은 호가호위꾼들이 설쳐댄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권력을 잡고 조정을 휘두른 환관들을 일컫는 말이다. 현대정치에선 비선조직이나 측근의 월권행위 등을 암시하는 표현이다. ‘십상시’란 용어는 2014년 11월 민간인 신분인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실 3인방 등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이 국정을 갖고 놀았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에 회자된 바 있다.

십상시는 ‘농단(壟斷)’과 동류어다. 농단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 이익이나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뜻한다. ‘맹자’ 공손추 하편에 보인다. 중국 전국시대인 기원전 4세기 말 맹자는 수년간 제(齊)나라의 정치고문으로 있었다. 제 선왕(宣王)은 도무지 맹자의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다. 맹자는 그 지위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것을 안 선왕이 시자(時子)라는 사람을 통해 “나는 맹자께 집을 마련해 드리고, 만종(萬鐘:1종은 여섯 섬 너 말)의 녹봉을 드려 제자들을 양성하게 하며, 여러 대부(大夫)와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공경하고 본받게 하고 싶소”라고 말했다. 맹자가 말했다. “나는 돈이나 재산을 바라는 게 아니다”며 “어떤 사람인들 부귀를 원하지 않으랴마는 남을 밀어제치고 부귀를 독차지해선 안 된다(私壟斷焉·사농단언)”고 일갈했다.

욕심 많은 장사치가 높이 솟은 언덕(농단)을 차지하고는 시장 전체를 둘러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시장의 모든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맹자는 이익을 독차지하는 장사치의 소행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선왕이 제의한 1만종의 봉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나라를 떠났다.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들이 할 말을 잃고 낙담 끝에 민심이 쓰나미처럼 떠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당·정·청 고위직들은 과오를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게 도리이다. “몸에 때가 있으면 목욕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骸垢想浴)”고 ‘천자문’은 가르치고 있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私壟斷焉 : ‘비정상적으로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한다’는 뜻.

私 사사 사, 壟 언덕 농, 斷 끊을 단, 焉 어조사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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