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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쌀 직불제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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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3 01:16:17 수정 : 2016-11-03 01: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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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보호 아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올해 수확한 햅쌀(80㎏ 기준) 가격이 12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벼재배 농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1년 만의 햅쌀 13만원대 붕괴는 단순한 가격폭락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다. 변동직불금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감축대상보조(AMS) 한도를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동직불금은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수확기 평균가격이 목표가격(18만8000원)에 미달하면 차액의 85%를 농가에 주는 보조금이다. 산지 쌀값이 13만411원을 밑돌면 변동직불금 규모가 AMS 한도인 1조4900억원을 넘어선다. AMS 초과 변동직불금은 농가에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통계청의 지난달 25일자 산지 쌀값은 12만9628원이었다. 이 상황이 내년 1월까지 지속하면 가격하락 피해 일정 부분을 농가가 떠안아야 한다. 정부는 변동직불금 내년 예산(안)을 9777억4700만원으로 잡았지만 목표가격과 산지 쌀값 간 격차가 커 최대 5122억5300만원 늘려야 할지 모른다.

박찬준 경제부 부장
‘풍년→쌀값 하락→쌀 시장격리·변동직불금 등 1조원 이상의 예산투입’은 4년째 반복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쌀직불제를 뜯어고쳐야 한다. 쌀 보호론은 식량안보에서 출발하나 지나친 걱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3.8%로 낮은 반면에 사료용을 뺀 식량자급률은 50.2%였다. 쌀 자급률은 101%나 됐다. 국제 곡물도 넘쳐난다. 직불금을 농업보호가 아닌 농업경쟁력 강화부문으로 돌려야 한다. 농토에 다른 작물을 심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쌀생산 조정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농지에 벼 대체작물을 심으면 면적당 일정액의 보상금을 주는 제도다. 다만 대체작물은 가격폭락이 없도록 사료용이나 판로계획을 세운 작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쌀 소비를 늘리는 데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작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으로 1970년(136.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우리 식생활이 패스트푸드 중심의 서구형으로 바뀐 탓이다. 문제는 쌀밥이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 등에게 ‘공공의 적’ 취급까지 받는 데 있다. 그렇다면 잠깐 생각해 보자. 그동안 쌀 소비가 꾸준히 줄었는데도 당뇨·고혈압·비만 등 각종 성인병환자가 늘어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쌀밥이 성인병의 주범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닌가. 오히려 쌀에는 성장발육 촉진, 두뇌 개발, 고혈압·치매예방 등을 하는 필수아미노산과 식이섬유, 황산화물질 등을 함유하고 있다.

쌀 소비 확대에는 쌀가공·유통업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쌀 품질은 양곡관리법에 따라 특·상·보통으로 분류해 등급을 표시한다. 다만 등급 대신 ‘미검사’를 표시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미검사 표시 쌀 제품이 73.3%에 달해 소비자의 알권리가 무시된 데 불만이 팽배하다. 농식품부가 내년 10월13일부터 쌀 등급란에 ‘미검사’는 표시할 수 없고, ‘특·상·보통’ 또는 ‘등외’를 표시하도록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쌀가공·유통업체들이 등급표시 검사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 등 부담을 이유로 반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 열정(?)을 ‘혼밥족’, ‘다이어트족’ 등을 겨냥한 다양한 쌀(밥)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쏟길 바란다.

한서(漢書) 문제기(文帝紀)에 ‘농자천하지대본(農天下之大本), 민소특이생야(民所特以生也)…’라고 했다.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으로, 백성이 의지하여 사는 것이란 뜻이다. 천하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쌀 농사도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이제라도 ‘보호막’을 걷어내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부와 농업인 모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박찬준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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