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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vs 오페라… 닮은 듯 다른 매력

입력 : 2016-11-07 01:38:14 수정 : 2016-11-07 01: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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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가 굵직한 대형무대 눈길 창극과 오페라는 닮았으면서 정반대다. 오페라는 서양에서 태동했고, 창극에는 유명 작곡가와 탄탄한 레퍼토리가 적다는 점에서 두 장르는 딴판이다. 그러나 시·문학과 음악이 만나 극으로 올려지고 감동을 주는 점은 비슷하다. 창극과 오페라의 다른 듯 닮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11월에 연이어 열린다. 주목할 만한 도전적인 무대들이 있어 더 흥미롭다. 그리스 비극은 아시아 연출가의 손에서 창극으로 재탄생하고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은 독일어 버전으로 국내 초연된다.

국립극장의 신작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그리스 비극과 판소리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립극장 제공
◆그리스 비극·한국문학과 우리 소리의 만남

트로이 여인들의 아픔과 희망이 판소리로 되살아난다. 국립극장은 11∼20일 달오름극장에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초연한다. 목마를 들여보낸 그리스군에 자국이 패하는 순간 트로이 왕가 여인들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에우리피데스가 쓴 동명 희곡과 장 폴 사르트르가 개작한 작품을 토대로 삼았다.

이 작품은 그리스 비극을 다루는 것 외에도 아시아 연출가와 안무가, 재미교포 무대 디자이너가 힘을 합친 점에서도 이색적이다. 연출은 싱가포르 예술축제의 예술감독인 옹켕센이 맡는다. 옹켄센은 프랑스 테아트르 드라빌,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미국 링컨센터 페스티벌 등 세계 주요 극장과 축제의 초청을 받아온 유명 연출가다. 이번에 그가 주목한 건 판소리의 깊이다. 그는 “모든 에너지를 판소리에 집중시켰다”며 “아프리카 음악이 미국으로 건너가 재즈가 됐듯, 트로이의 여인들이 판소리를 미래로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히 배우들의 창을 살리기 위해 악기 사용은 단순화된다. 작창을 담당한 안숙선 명창은 “죽음을 불사하고 낭군을 따르는 춘향,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의 강인함과 트로이가 무너졌지만 마음으로 조국을 지켜내려는 여인들의 강함이 통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극본을 쓴 극작가 배삼식은 포세이돈과 아테나가 이야기를 열고 닫는 원작을 폐허를 떠도는 넋의 목소리로 바꿨다. 옹켄센 연출은 “처음과 마지막 장면은 한국의 굿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굿에서 과거의 영혼이 현재의 우리에게 말을 걸듯, 수천년 전 살았던 트로이 여인들이 11일 우리와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는 헬레네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 배우 김준수가 맡는다. 헬레네가 그리스와 트로이 양국에서 내쳐진 것을 제3의 성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김금미가 트로이의 마지막 왕비 헤카베(헤쿠바), 김지숙과 이소연이 각각 안드로마케와 카산드라를 연기한다.

국립국악원 ‘현의 노래’.
국립국악원 제공
소설가 김훈의 ‘현의 노래’는 국악극으로 만들어진다. 국립국악원은 10∼20일 예악당에서 1500년 전 가야 왕국과 가야금, 우륵의 이야기를 담은 ‘현의 노래’를 공연한다. 김훈은 2003년 국악박물관 악기에서 영감 받아 이 작품을 썼다.

극은 원작을 우륵과 제자 니문, 가야 왕의 시녀 아라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또 서양 악곡인 오라토리오를 차용했다. 판소리 창법에 현악기의 음색을 더한 가야금 병창이 현녀 역을 맡아 합창으로 음악의 전개를 주도한다.

이병훈 연출가가 구성과 연출을 맡았고, 류형선 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이 작곡가로 참여했다. 주인공 우륵 역은 실제 가야금 연주자인 김형섭이, 우륵의 제자 니문 역은 뮤지컬 배우 김태문이 연기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연출가 헤닝 브로크하우스가 1992년 선보인 ‘라 트라비아타’ 무대를 재현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독일어 원어로 국내 초연하는 ‘로엔그린’


국립오페라단은 바그너 ‘로엔그린’을 16∼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1976년 번안 오페라가 선보였지만 독일어 원어로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로엔그린’은 110명에 이르는 오케스트라, 90명 규모의 합창단이 필요한 대규모 작품이다. 파르지팔의 아들이자 백조의 기사인 로엔그린과 억울한 누명을 쓴 엘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꼽힌다. 결혼식에 널리 쓰이는 3막 ‘혼례의 합창’이 유명하다.

이번 무대는 배경을 중세의 브라반트에서 현대사회로 옮겨 현대판 구원의 메시지에 집중한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오페라 연출가 카를로스 바그너가 연출을 담당하고 바그너 전문 지휘자로 활동하는 필립 오겡이 지휘봉을 잡는다. 올해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 입성한 김석철이 로엔그린을 연기한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자로 스위스 바젤극장 전속가수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서선영이 여주인공 엘자 역을 맡는다.

세종문화회관은 8∼13일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를 올린다. 1853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초연된 이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고 대중으로부터 사랑 받은 작품이다. 이번에 눈여겨볼 점은 독일 출신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 헤닝 브로크하우스의 합류다. 그가 1992년 이탈리아 마체라타 스페리 스테레오 야외극장에서 선보인 버전을 그대로 재연한다. 무대에 비스듬히 세워진 대형 거울과 화려한 그림을 이용한 독특한 시각효과가 볼거리를 선사한다.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글래디스 로시와 알리다 베르티가 나눠 맡는다. 알프레도는 테너 루치아노 간치, 제르몽은 바리톤 카를로 구엘피 등이 연기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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