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핼러윈이 남의 나라 잔치?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입력 : 2016-11-07 06:00:00 수정 : 2016-11-06 21:53: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남의 나라 잔치에 한국인들이 유난을 떤다, 꼴불견….”

얼마 전 지인이 핼러윈 축제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꼴사납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전통축제에는 관심 없으면서 외국 문화 따라 하기가 낯 뜨겁다는 비판이었다. 이에 ‘과도한 의상에 눈살을 찌푸렸다’와 같은 동조 글이 빗발쳤지만, ‘제 흥에 겨워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것일 뿐’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핼러윈을 주제로 사람들이 진지한 설전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 핼러윈을 ‘남의 나라’ 잔치로 한정 짓는 것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호불호를 떠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핼러윈 문화에 직간접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예컨대 동네 미용실에 들렀는데 스타일리스트들이 뜻밖에 귀신 복장이라 재미있었다거나, 딸아이 유치원에서 열리는 핼러윈 행사 때 입힐 복장을 선택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는 에피소드를 얘기하기도 했다. 적극 동참을 하든 아니 하든 이미 상당수 사람들이 ‘핼러윈 영향권’에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핼러윈을 ‘남의 나라’ 잔치로만 한정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에 한국에서만 나고 자란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핼러윈을 ‘자신의 문화’로 즐기면서 성장했을 수많은 다문화가족과 외국인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혹은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며 핼러윈을 ‘모태문화’로 즐겨온 한국인들도 있을 수 있다. 이밖에 어학연수 등을 하며 외국에서 잠시 핼러윈 축제를 경험했더라도 이를 한국에서 계속 이어가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다.

이유가 무엇이건 핼러윈 파티를 자신의 문화로 받아들여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느는 이상 이를 ‘남의 나라’ 잔치로만 규정 짓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핼러윈이 모처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올해 핼러윈 데이에 이태원 일대를 거니는 사람들의 코스튬은 어느 때보다 다양했다. 드라큘라 등 전형적인 핼러윈 캐릭터들도 많았지만 사극에서 등장할 법한 전통의상의 사람들, 각설이 분장을 한 사람들이 서양 귀신들의 요청에 익살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늑대인간에 안겨 눈물을 터뜨리는 어린아이, 공룡에서 생쥐까지 다양한 동물분장, 치파오에서 기모노까지 각국 전통의상을 갖춘 사람들도 인상적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생면부지의 사람, 특히 외국인에게 사진을 함께 찍자며 무작정 말을 걸거나 함께 춤을 추는 일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날은 어쩐지 자연스럽다. 어떤 방식으로든 핼러윈 소품을 갖췄다면 이 축제에 동참할 의지가 있다는 뜻이고,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원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 문화만이 다문화 시대 ‘한국문화’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 앞으로 핼러윈의 인기를 위협할 강력한 문화축제들이 생겨 다 함께 어울릴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라윤 경제부 기자
사진=그랜드 하얏트 호텔 제공, 세계일보 DB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