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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미국의 창에 비친 ‘박근혜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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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7 01:28:33 수정 : 2016-11-07 01: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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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 곳곳 악영향 미쳐 / 동포들 창피해 얼굴 들지 못해 / 외교현장선 고초 더욱 심해져 / 오바마의 성공에서 해답 찾길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재미동포들은 이번처럼 관심을 끈 선거도 없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 덕분인지 몰라도 한국의 많은 지인들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고 관심을 드러냈다고 한다. 선거과정에서 한·미동맹과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 이민정책 등의 논란이 불거지고 대선후보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필자도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들의 경쟁’을 지켜보면서 선진 민주주의 모델이라는 미국의 수준에 실망했다.

그런데 최근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재미동포들은 창피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됐다. 미국에 이민와 27년째 살고 있는 김태원 북버지니아 한인회장은 “최근엔 연락하는 한국 친구와 친척들이 ‘괴롭다’거나 ‘미치겠다’고 한다”며 “미국 대선 이야기가 한가하고 사소한 소재가 될 정도로 한국 상황이 암울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의 충격파는 이렇게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이곳의 외교관이나 한국 기업 주재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재연된다.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공통의 주제는 어느새 ‘클린턴과 트럼프’에서 ‘박근혜와 최순실’로 바뀌었다. 집단적인 상처와 공포감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늘었다. 한국을 조금 안다는 미국인들은 “한국 정치가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해준다. 주한미군으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2년 동안 머물렀다는 미국인 지인도 “당분간 김치찌개나 비빔밥을 먹게 되면 이번 일(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이 떠오를 것”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미국 언론이 사설에서까지 이를 비판한 상황에서 우리 외교 현장의 고초는 더 심하다. 북핵 문제도 버거운 상황인데 한국발 정치 리스크까지 안게 됐기 때문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최순실 파문과 관련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지만 미국이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이다.

외부에 드러난 청와대와 백악관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런 참상은 사실 예견된 참화였다. 사안이 터질 때면 백악관은 나타나지만, 청와대는 사라진다. 청와대의 방관하는 모습과 백악관의 노력하는 모습이 교차하는 것은 흔하다.

임기를 2개월 남짓 남기고도 50%가 넘는 국정수행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오바마는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했으며, 치열하게 대화했다. 그는 쿠바·이란 등과의 관계 개선, 이민개혁, 건강보험개혁,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경제 활성화 등 대선 당시의 공약을 하나씩 이행했다. 총기규제 등 일부 공약은 이행하지 못했지만 그건 오바마의 책임이 아니란 사실을 미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분명하다. 아무리 시급한 현안이라도 의회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원천 불능이다. 최근 들어 수많은 총기 사건이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했지만 총기규제법은 의회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의회가 반대한다고 해서 손놓고 있다면 제대로 된 대통령이 아니다. 오바마는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의회를 설득하고 있다. 때론 미국인에게 직접 호소하기도 한다. 오바마는 사안이 발생하면 휴일에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때로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때로는 감정이입의 화법으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비선 실세에 의지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에는 이런 모습이 없었다. ‘박근혜의 실패’를 경험한 우리는 ‘오바마의 성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실천 불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거나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배척해야 한다. 오랫동안 대통령의 ‘예스맨’으로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여당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비리 척결에 수수방관한 검찰 등 권력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번 파문이 드러날 때까지 제대로 역할을 못한 야당의 처지도 곤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모두 두 눈 똑바로 뜨고 이번 일을 기억해야 한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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