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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위기 벗어날 동남풍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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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7 22:21:47 수정 : 2016-11-07 22: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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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응 방식 미심쩍다
수습카드 민심 악화시켰는데
“그만하면 됐다”는 여론 고개
반전 기회 엿보고 있는 건가
박근혜 대통령은 복이 많은 정치인이었다. 1998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뒤 줄곧 탄탄대로를 달렸다. 초선 의원 신분으로 당 총재 경선에 나섰다가 부총재를 지냈고, 정계 진출 14년 만에 세 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823억원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로 차떼기당으로 낙인찍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몰렸을 때 당 대표를 맡아 고군분투한 천막당사 시절이 많은 사람에겐 박 대통령의 가시밭길로 기억될 수 있겠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겐 자신의 존재가치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호시절이었을 것이다.

정치인 박근혜는 능력에 비해 분에 넘치는 대접과 관심을 받았다. ‘선거의 여왕’이란 타이틀을 달고 ‘박근혜만 왔다 가면 선거는 끝’이라는 말들을 들으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대통령의 딸,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한 퍼스트 레이디 경력, 출신 지역 등이 뒷받침됐을 것이다. 전여옥 전 의원이 3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고 “대통령감은 아니다”라고 했던 평가, 정두언 전 의원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박근혜 후보 검증 지휘를 맡고 나서 “모든 사람이 경악할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 좋아하는 사람은 밥도 못 먹게 될 것”이라고 했던 예언 등은 선거 여왕이 몰고 다니는 바람에 휩쓸려 버렸다.


김기홍 논설실장
선거 판도를 결정짓는 득표력은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데 매우 쓸모 있는 무기이지만 정치인의 성공을 보장하는 최종병기라고 할 수는 없다. 표라는 것은 민심의 변덕에 흔들리는 갈대 같은 것이다. 정치인은 권력을 얻는 것보다 어떻게 그 권력을 유지하고 대립과 갈등을 해결해 사회를 통합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정치인에게 진짜 필요한 덕목은 정직, 신뢰, 도덕성, 리더십, 설득력과 조정 능력,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 등이다.

대통령 취임 후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통, 함량미달 인사, ‘받아쓰기’ 회의, 유체이탈 화법이 왜 개선되지 않고 되풀이되었는지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서야 알았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국가 지도자 덕목 10개 중 7개 정도는 아주 출중하고 훌륭하다”고 박 대통령에게 후한 점수를 준 적이 있다. 그 와중에 결점으로 꼽은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사고의 유연성이다. 요약하면 박 대통령의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전 의원은 “누군가 옆에서 팔을 비틀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귀를 머리맡에 써놓았는지 모른다.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조조군을 화공으로 궤멸하기 위해 동남풍을 불렀듯이 상황을 반전시킬 역풍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 사퇴를 거부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서두르지 말고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머지않아 다 바꿀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생각인가, 박 대통령의 뜻인가.

박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 방식도 미심쩍다. 이것저것 하고는 있는데 미숙하기 짝이 없다. 수습 카드로 꺼낸 두 차례의 사과와 김병준 총리 지명이 오히려 민심을 악화시켰다. 천길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박 대통령에게서 진솔함이나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다수가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을 쏟아내는 사이에 누군가는 “진심이 담긴 사죄”라고 말하고 있고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차 대국민 사과 뒤 지지층 결집 현상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통령과 친박이 기다리던 것이었나. 세 번째 사과 담화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의 반격이 성공한다면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정치판 속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것이 된다. 그 대신 우리는 새누리당이 친박-비박으로 결딴났듯이 나라까지 친박-비박으로 분열돼 쪽박 차는 길로 들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는 위기를 낭비하고 있다. 4년 가까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박근혜정부 아래에서.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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