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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최순실과 삼성 스포츠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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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9 01:22:20 수정 : 2016-11-09 01: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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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엔 펑펑, 구단지원은 싹둑… 팬들 울화통 “참 낯설고 또 낯설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정규리그를 9위로 마치자 삼성의 광팬인 한 지인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이다. 창단 2년차인 막내구단 케이티를 제외하면 꼴찌나 다름없다. 승률은 0.455로 5할을 넘지 못했는데 이는 10년 만이다. 7년 만에 가을야구에도 나가지 못했다.

프로야구 삼성이 어떤 팀인가.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승의 금자탑을 쌓았고 2011∼2014년 통합 4연패 위업을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한 극강의 팀이다. 그러니 올 시즌 곤두박질한 삼성의 성적을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남는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성적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2년 연속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수원 삼성은 올 시즌 7위로 추락하며 상위 6개팀이 속하는 상위 스플릿 진출마저 실패했다. 

최현태 체육부장
삼성 스포츠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삼성은 비용을 절감한다며 지난해 겨울 프로야구, 프로축구, 남녀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스포츠구단 전체를 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에 이관했다. 모기업 지원이 대폭 줄다 보니 구단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삼성은 그동안 프로야구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경기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을 싹쓸이했는데 이젠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결국, 자유계약선수(FA) 최고 몸값(96억원)을 기록한 박석민을 잡지 못해 NC로 떠나보냈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자금 부족으로 해결사 역할을 할 제대로 된 외국인 공격수 영입에 실패했다. 또 골키퍼 정성룡마저 일본으로 떠났다. 라이벌인 FC 서울 등이 외국인 선수 보강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삼성은 먼 산만 바라보다 하위 스플릿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수원 삼성의 운영비가 2013년 330억원에서 올해 240억원으로 90억원이나 깎인 것은 구단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바라보는 삼성 스포츠팬들은 허탈함을 넘어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씨가 강제 모금한 미르·K스포츠 두 재단에 삼성이 출연한 돈은 모두 204억원이다. 삼성의 출연금 규모는 가장 많은데 전체 대기업 54개사가 낸 774억원 가운데 26%가 넘는다. 특히 삼성스포츠단을 운영하는 제일기획도 10억원이나 냈다고 하니 삼성팬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뿐만 아니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전자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승마 유망주 육성을 지원한다는 미명 아래 승마선수인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삼성이 최씨 모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독일의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에 승마선수 전지훈련비 명목으로 280만달러(약 35억원)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씨는 이 돈을 명마 구입비와 전지훈련비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대한승마협회는 올림픽 승마 유망주 육성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4년간 최대 166억원을 삼성에 요청하려다 무산됐는데 결국 정씨 맞춤 지원용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쯤 되니 삼성팬들은 최씨 때문에 삼성스포츠가 몰락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비용 절감을 한다며 오랫동안 삼성 브랜드 홍보의 한 축을 담당한 프로스포츠는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권력의 눈치나 보며 엉뚱한 데 돈을 쏟아부은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런 오랜 삼성의 팬심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삼성은 더 이상 한눈팔지 말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스포츠 투자에 나서길 바란다. 그나마 남은 충성스러운 팬들마저 모조리 다 떠나기 전에.

최현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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