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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자신과 고흐에 바친 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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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9 01:21:57 수정 : 2016-11-09 01: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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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의 ‘의자 위의 해바라기’
(68×75.5㎝, 스위스 E G 뷔엘레 컬렉션)
1888년 10월 23일, 빈센트 반 고흐는 평소 함께 하고 싶었던 폴 고갱과 한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고흐는 고갱이 지낼 방을 정성스레 꾸미고 자신의 해바라기그림도 걸어주었다. 하지만 그런 둘의 만남은 두 달 만에 끝이 나고 만다. 둘은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둘의 이별이 있기 수일 전 고흐는 의자그림을 두 점 남기게 된다. 하나는 ‘고흐의 의자’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고갱의 의자’였다. 당시 의자만을 그리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의자는 보통 사람을 앉혀 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고흐는 의자를 통해 자신과 고갱을 표현했던 것이다. 화려한 ‘고갱의 의자’ 위엔 소설책과 양초가 놓여 있다. 늘 이상향을 추구했던 고갱의 모습이다. 이에 비해 허름한 ‘고흐의 의자’ 위에는 담배가 놓여 있다. 찌든 현실을 보여준다. 이렇듯 둘은 달랐지만 고흐는 예술가로서의 또 다른 길로, 고갱을 그림에서나마 인정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고흐와 고갱 모두 예술가로서 이상과 현실의 무게를 모두 걸머져야 함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흐는 생을 마감하게 된다. 고갱은 장례식에도 가지 않은 채, 야생에 이끌려 동쪽으로 이동을 한다. 결국 그는 인도를 거쳐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에서 정착하면서 말년을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고흐와의 추억이 떠올랐는지 해바라기를 그린다. 그가 씨를 심어 피워낸 해바라기를 의자 위에 올려 두고서….

고갱의 ‘의자 위의 해바라기’는 그렇게 탄생됐다. 아마도 이 그림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숙명처럼 걸어야 했던 자신과 고흐의 삶에 대한 헌화가 아니었을까.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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