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혁신 반피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6-11-10 11:22:27 수정 : 2016-11-10 11:30: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반피 와인 아시아에서 한국 시장 1위 올라

반피 와인들
이탈리아 와인을 대표하는 포도품종이 투스카나에서 주로 생산되는 산지오베제(Sangiovese)입니다. 라틴어 ‘쥬피터(Jove)’ 와 ‘피(Sanguis)’를 합성한 단어로 ‘쥬피터(제우스)의 피’라는 뜻을 지녔지요. 석회질이 풍부한 토양에서 잘자라기때문에 미네랄이 풍부하고 산도가 높아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산지오베제는 브루넬로(Brunello), 모렐리노(Morelino), 프루뇰로 젠틸레(Prugnolo Gentile)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모두 산지오베제와 같은 품종이고 유전자만 다른 계통인 클론입니다.

산지오베제
산지오베제의 대표적인 고급 생산지가 몬탈치노(Montalcino)입니다. 보통 이곳에서 생산되는 산지오베제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라고 부릅니다. 몬탈치노에서 만든 브루넬로라는 뜻입니다. 약자로 와인업계에서 ‘BDM’으로 통용됩니다. BDM에는 규정에 따라 산지오베제의 클론인 산지오베제 그로쏘(Sangiovese Grosso)가 100% 들어갑니다. 산지오베제 그로쏘는 이탈리아 국보급 와이너리 비욘디 산티(Biondi-Santi) 가문에서 발견한 산지오베제의 클론이지요.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는 같은 포도밭의 산지오베제로 만드는데 포도 나무의 수령이 BDM보다 어린 포도로 만들기 때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입니다. 이제 BDM과 로쏘를 구분할 수 있겠죠.

반피 와인
이런 BDM을 끊임없는 연구끝에 최고의 품질로 끌어올려 세계화시킨 프리미엄 생산자가 카스텔로 반피(Castello Banfi)랍니다. 대표적인 와인이 반피 포지오 알레무라(Poggio Alle Mura)와 반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사진 오른쪽)이지요. 

포지오 알레무라


반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반피는 1919년 지오바니 F. 마리아니 경(Giovanni F. Mariani Sr.)이 바티칸에 거주한 최초의 여성인 이모 테오도리나 반피(Teodolinda Banfi)의 영향을 받아 설립한 뒤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가족 경영 회사입니다. 현재 반피 와이너리의 이름은 바로 이모의 성에서 따온겁니다. 

반피 현재 오너인 크리스티나 마리아니 메이
반피는 BDM 생산자중 유일하게 1980년대 초반 투스카나 지역의 떼루아와 가장 잘 어울리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산지오베제 그로쏘 품종의 미세 클론을 분류하는 연구를 시작합니다. 현재 오너인 크리스티나 마리아니 메이(Cristina Mariani-May)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 600종이 넘는 산지오베제 클론중 15개를 추려내고 고유한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는 클론 6개를 찾아냅니다. 

반피는 이런 연구를 지역 생산자들과 공유하고 1996년 유럽연합(EU)에 등록해 BDM의 품질향상을 주도합니다. 현재 이탈리아 전역의 산지오베제 클론중 45개만 공인됐는데 이중 6개가 반피에 의해 등록된 클론이랍니다. 반피는 아직도 나머지 9개의 클론의 특성을 연구하는 중이라는 군요.

호라이즌 시스템
이런 노력은 ‘최고를 추구한다’는 양조철학을 지녔기 때문인데 반피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발효 탱크 시스템인 ‘호라이즌 시스템'도 개발합니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은 발효할때 오크통 발효나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 둘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반피는 와인의 복합미를 풍성하게 살리고 와인에 무게감을 주는 오크 발효와 와인의 산도 등 신선함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발효의 장점을 절묘하게 결합한 하이브리드 탱크를 2007년 세상에 선보입니다. 발효 저장고의 밑부분과 윗부분은 스틸로, 중간 부분은 오크로 만든 독특한 탱크랍니다. 

10세기 세워진 반피 와이너리의 호텔 일 보르고
중세시대 성인 반피의 아름다운 와이너리는 매년 전세계 관광객 6만명이 찾는 투스카나의 관광명소로도 유명합니다. 2007년 공개된 고급 호텔 일 보르고(IL BORGO)는 반피의 상징이며 레스토랑, 와인 샵,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답니다. 

 ■반피 세일즈 마케팅 디렉터 인터뷰

오른쪽 부터 호돌프 마랄리(Rodolfo Maralli) 마케팅 총괄 디렉터, 파올로 파시나(Paolo Fassina) 아시아 수출 매니저, 기욤 블랑샤르(Guillaume Blanchard) 지역 매니저.
지난달 반피의 반가운 손님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호돌프 마랄리(Rodolfo Maralli) 마케팅 총괄 디렉터, 파올로 파시나(Paolo Fassina) 아시아 수출 매니저,  기욤 블랑샤르(Guillaume Blanchard) 지역 매니저다. 이들 3명이 동시에 한국을 찾은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바로 한국 시장이 아시아에서 반피 매출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재 반피는 롯데주류에서 수입한다.

마랄리씨는 “반피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1위 마켓이에요. 다음이 일본, 중국, 홍콩이지요. 한국 시장에서는 2009년 선보였습니다. 한국의 와인 시장은 사실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인데 유독 반피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어요. 티아라 모스카토 로쏘(Tiara Moscato Rosso) 덕분인데 반피를 한국 시장에 소개하는 발판이 됐지요. 이탈리아는 와인 이름이 매우 복잡한데 반피라는 단순한 이름 덕도 많이 받지요”. 신대륙 와인들에 비해 보통 구대륙 와인들은 마케팅 플랜이 잘 짜여져 있지 않는데 반피는 아시아 시장에서 어떻게 마케팅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성공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테오도리나 반피(Teodolinda Banfi와 지오바니 F. 마리아니 경(Giovanni F. Mariani Sr.)
반피의 설립자 지오바니 F. 마리아니 경(Giovanni F. Mariani Sr.)의 이모 테오도리나 반피(Teodolinda Banfi)는 바티칸에 거주한 최초의 여성이라고 한다. 그는 교황에게 와인과 음식을 서빙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마리아니는 이런 이모의 영향을 받아 1919년 미국에 최대 와인 유통회사 반피 빈트너스(Banfi Vintners)를 설립했다.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와인사업을 일으키고 싶다는 이모의 뜻에 따라 1978년 이탈리아에 카스텔로 반피를 세우고 본격적인 와인 양조에 나섰다.

반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현재 반피는 몬탈치노에서 가장 큰 와인인 산지를 보유한 와이너리이며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를 생산하는 피에몬테에도 포도밭이 있다. 2곳의 포도밭은 모두 850ha로 생산량은 약 1000만병이다. 마랄리씨는 “반피는 몬탈치노라는 단일지역에서 가장 큰 빈야드를 보유하고 있어요. 빈야드를 조금만 갖고 있다면 흉작일때 다른 농장에서 포도를 구매해서 블렝딩 할수 밖에 없지요. 이 경우 와인의 퀄러티를 일정하기 유지 할수 없어요. 하지만 반피는 충분한 포도밭을 소유해 흉작이든 풍작이던 일정하게 뛰어난 퀄러티를 보장할 수 있답니다. 이때문에 반피를 ‘프리미엄 브루넬로의 창시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하면 이제 거의 반피가 언급될 정도로 주역으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지요.  반피 이전과 이후 이탈리아 레드 와인 비중과 영향도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몬탈치노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떼루아가 29곳이 있을 정도로 미세기후가 잘 발달한 지역이다. 따라서 산지오베제가 잘자른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는데 여기에는 주로 국제 품종을 경작한다. “ 산지오베제는 굉장히 키우기 어려운 품종이랍니다. 비가 많이 와도 카베르네 소비뇽은 7% 정도만 상하지만 산지오베제는 37%나 물기를 머금어 포도가 잘 상합니다. 물에 굉장히 예민해 컨트롤 하기 어렵지요. 따라서 재배를 많이 해도 질좋은 주스를  충분하게 뽑아내기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따라서 산지오베제가 가장 잘 자랄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끼안티의 리더라 할 수 있는 반피는 전통을 추구하되 혁신도 잃지 말자는 신조를 지키고 있다. 도전하고 성장하는 것을 멈추면 거기서 끝난다는 신념이다. “대표적인 혁신이 2007년 개발한 호라이즌 시스템입니다. 큰 오크 통이 위아래는 스테인리스이고 중간이 오크로 만들어진 이 탱크는 오크의 델리케이트 무게감과 신선함을 동시 녹여 낼 수 있답니다. 이런 공법은 주로 BDM 이상 와인에만 사용하는데 굉장히 색다른 섬세한 느낌을 주는 와인이 빚어집니다”.

반피 르 리메
반피 르 리메
반피 철학이 고스란히 담은 와인으로는 샤르도네와 피노 그리를 블렌딩한 화이트 와인 르 리메(Le Rime)를 꼽았다. 피노 그리의 순수하고 신선하면서 섬세한 느낌과 샤르도네의 무게감에 조화를 잘 이룬 화이트 와인이다. 파울로는 르 리메는 미네랄이 풍부한 와인이라 김치와 잘 어울리고 가볍게 양념한 스테이크와 매칭이 좋다고 설명했다. 반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축하자리나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바베큐나 삼겹살, 돼지갈비, T본 스테이크, 숙성된 치지와 궁합이 잘 맞다고 설명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