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차 한잔 나누며] "대미 엘리트 외교 한계… 일반 대중 사로잡아야"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6-11-11 20:36:29 수정 : 2016-11-11 20:57:2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트럼프시대 새 과제 받은 조현동 외교부 공공외교 대사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한국 외교에 많은 과제를 던졌다. 정부가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내놓은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차기 정권과의 관계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미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강화다.

조현동 외교부 공공외교 대사는 정부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도와 공공외교를 현장에서 총괄하는 현장 사령관이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우리에게 출제한 문제지를 손에 들고 있기도 하다. 그는 미국 대선(8일) 전후인 3일과 10일 두 차례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미국 엘리트를 대상으로 한 대미 공공외교의 초점을 미국 일반 대중을 상대로 다양화,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과거 대미 공공외교의 대상이 주로 엘리트, 지식인, 워싱턴·뉴욕과 같은 대도시 중심이었는데 이번에 지식인, 엘리트 계층의 생각이 국민 전체의 생각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이제는 우리 공공외교가 일반 미국 대중이나 미국 중소도시로 타깃을 다양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소위 아이비리그(미국 북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같은 주류 명문대나 유명 싱크탱크를 넘어 지역사회 여론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지역 대학이나 지역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더 가까이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동 외교부 공공외교 대사가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집무실에서 미국 대선 결과와 향후 공공외교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그는 외교부 내에서 미국통으로 분류된다. 주미 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 북미3과장, 북핵외교기획단장, 주미 정무공사를 지냈다. 미국 대선 전인 3일 가진 인터뷰나 이전의 개별적 자리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예로 들면서 트럼프 당선을 배제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국내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낙승을 점치던 당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선견지명이었던 셈이다.

그는 미국 대선 닷새 전인 3일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브렉시트나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 주장에 대한 대중의 열광 현상)을 보면 현재 미국을 포함해 서구 사회를 이끄는 게 꼭 지식인, 엘리트라고 볼 수 없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일반 대중의 민심이 선거나 레퍼렌덤(referendum·국민투표)을 통해 표출되면서 지식인·엘리트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트럼피즘의 중심에도 미국 일반 대중이 있다. 이들은 워싱턴이나 뉴욕에 있는 지식인·엘리트가 아니라 미국의 중서부, 공업지대, 농촌의 일반인이어서 접근이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그대로 놔둘 수 없는 공공외교의 대상이다.”

공공외교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전통적 의미의 외교란 A국 정부(주체)가 외교관과 외교채널을 통해 B국 정부(객체)를 대상으로 하는 외교를 말한다. 공공외교는 훨씬 다양하고 다차원적 외교다. 주체나 객체 모두 정부를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각 개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8월 공공외교법이 발효하면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공공외교를 전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정부 내에 외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공외교위원회가 설치되고, 내년 국회 보고를 위해 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하에 외교부가 5개년 공공외교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조 대사는 매력자산 활용과 국민참여라는 키워드를 강조한다. “케이팝(K-Pop)이나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접하는 외국인이 많아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휩쓰는 한류라는 매력자산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또 일반국민이 공공외교에서 나름 기여할 수 있도록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청년공공외교단이나 시니어공공외교단과 같은 다양한 국민참여형 공공외교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성 세대를 넘어 차세대, 즉 20∼30대와 심지어 고교생에게까지 한국을 알리고 한·미 동맹이 미국 이익에 궁극적으로 부합한다는 점을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올해 공공외교 예산은 142억원 정도다. 다른 주요국에 비해 재원이나 가용자원이 크게 제한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정부 공공외교 강화 정책과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잘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런 면에서 예산과 인프라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런 입장에서 국회에 설명하고 있고, 공공외교에 대해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적극 지원한다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미국 언론의 95% 이상이 클린턴 편이었다. 우리 언론도 자연스럽게 미국 언론의 대세를 따라갔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트럼프 당선자가 마치 위험한 사람, 나쁜 사람인 것처럼 묘사됐다. 미국 대선 결과는 미국의 선택과 언론에 묘사된 트럼프 당선자 사이에는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계속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그를 다루면 오히려 장애가 있을 수 있다. 당선 후 승리연설이나 주요국 정상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보면 트럼프 당선자가 굉장히 신중하다. 그는 역시 현실주의자다. 당선 후 일관된 메시지가 ‘너무 걱정하지 마라’는 것이다.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 눈으로 대응하면 새로운 시대의 불안정 요소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