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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뉴스 봤나’… 울화병 조심하세요

입력 : 2016-11-13 20:11:47 수정 : 2016-11-13 20: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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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스트레스’ 어떻게 다스릴까
#. 경기 수원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는 텔레비전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속이 답답하다. 처음에는 속이 묵직한 느낌이 들더니 최근에는 순간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최근 벌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런 증상은 심해진다. 특히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돈도 실력이다. 부모를 탓해라”라는 글을 남겼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이제껏 노력해 온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만 같아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 대학생 박모(22·여)씨는 요즘 예전처럼 공부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박씨뿐만 아니다. 도서관에서 종종 만나던 친구들도 요즘은 입에 한숨을 달고 산다. 박씨는 친구들과 잠시 머리를 식히러 나갈 때마다 답답함을 호소한다. 비싼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공강시간마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기 위해 밤새도록 시험공부에 열중했던 그였다. 그러나 이른바 ‘최순실 쇼크’로 ‘어차피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서 열심히 공부해 봤자 무슨 소용’이라는 생각에 펜을 손에 쥘 수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의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신문기사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아이고, 속 터져’라며 가슴을 치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다. 관련 뉴스 댓글에서도 ‘화병이 나 죽을 지경이다’, ‘삶의 의욕이 꺾인다’는 내용의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할 만한 소식이 연일 이어지면서 가슴속에 울화가 쌓여 괴롭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최근 들어 유독 뉴스 때문에 생긴 화를 주체하지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며 “이 울화를 나만의 문제로 돌리기보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표출하면서 이성적 해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 장기화되면 심신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화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2011∼2013년)는 연평균 11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일상적으로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던 사람도 갑작스럽게 화병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병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명절 증후군’, ‘직장인 우울증’과 같이 외부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제대로 분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쉽다. 화가 나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지내다 쌓인 화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증상은 각각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이 치밀어 오르는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는 허탈해지거나 심한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얼굴에 화끈거리며 열이 오르거나 명치 끝이 갑갑해 밥도 잘 안 넘어가는 경우, 가슴이 벌렁거려 자려고 누워도 밤잠을 계속 설치는 경우도 화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일부 여성들은 생리불순이나 무월경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이 장기화되면 고혈압, 뇌졸중, 소화장애 등 신체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초반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럽게 울분이 느껴지면 최대한 감정을 내려놓고 사건의 본질에 대해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문제를 이성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기면 감정이 제자리를 찾기 쉽기 때문이다.

또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 감정을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행동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정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속만 태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이어나가 허무한 무기력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평소의 컨디션과 감정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가 나 행동을 제어할 수 없는 정도라면 단기간 민감한 소식을 접하지 않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집안 주변 산책이나 가벼운 맨손체조 등을 30분 이상 하면서 자신의 리듬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좋다.

만약 아무런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답답함, 소화장애, 불면, 두통, 불안 등 신체적 증상이 반복되면 병으로 발전하는 단계이므로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환자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환자 개인의 성격적인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치료하고 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크리닉에서는 심박변이도검사와 체열진단검사를 실시해 화병 정도를 좀 더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화병은 단기간 치료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상담과 치료가 필수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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