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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진정한 사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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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4 01:01:56 수정 : 2016-11-14 01: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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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먼저
상대방의 마음 헤아린 후 용서 빌어야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남성이 조언을 청해 왔다. 자신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 행동 때문에 크게 화가 난 아내가 며칠째 말도 안 하고 곁에 가지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빨리 아내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수차례 사과를 했는데도 마음을 풀기는커녕 사과를 하면 할수록 더 마음의 문을 닫고 돌아선다는 것이다.

그 남자는 아내에게 “내가 잘못했다. 나도 괴로워서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그러니 이제는 화를 풀고 예전처럼 살갑게 지내자”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아내는 쌀쌀맞은 어조로 “뭘 잘못했는데” 하고 되묻는데 정말 미치겠다는 것이다.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어느 인간관계에서도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면 오히려 갈등이 있기 전보다 더 친밀해질 수 있다. 옛말에도 ‘싸우면서 친구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부부싸움도 더 사랑이 깊어지는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결혼관계가 끝나는 불행한 결말로 갈 수도 있다. 부부간의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갈등을 푸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죄(謝罪)의 사전적 정의는 ‘지은 죄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비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죄가 진정한 화해의 시작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아내가 남편의 사죄의 말에 “뭘 잘못했는데” 하고 반문하는 것은 과연 남편이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죄가 효과적이기 위한 첫걸음은 통렬한 자기반성이다. 듣는 사람이 오히려 놀랄 정도로 철저히 자신의 잘못을 고백해야 한다. 그 고백의 깊이로 아내는 남편이 자신이 한 행동의 의미를 인식하는 깊이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깊이를 알아야 상대방이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 후에 용서를 빌어야 한다. 용서(容恕)의 ‘서’ 자는 ‘같을 여(如)’ 자와 ‘마음 심(心)’ 자가 합친 글자이다.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잘못을 한 사람이 그 잘못 때문에 마음이 상한 사람과 마음이 같아야 한다. 이때 사죄를 하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이 중요하다. ‘나도 힘들다’가 아니라 “나 때문에 네가 많이 힘들지”라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의 상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용서의 지름길이다.

당연히 상대방이 마음껏 비난하고 화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화가 풀려야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회자되고 있는 ‘내가 이러려고…’의 패러디에서는 자신의 마음이 참담하다는 것만 표현돼 있고 상대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있다.

진정한 사죄는 상대방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감수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용서를 구하는 것은 자칫하면 용서를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사죄가 아니면 오히려 상대방을 조롱하는 것이 되고 상대방을 더욱 화나게 만든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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