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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아이슬란드의 자연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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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4 01:02:57 수정 : 2016-11-14 01: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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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후변화와 관련한 취재차 아이슬란드를 방문했다. 아이슬란드는 지구 태초의 모습에 가까운 자연을 잘 보존한 것으로 유명하다. 화산과 빙하 등 다채로운 지구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품고 있는 곳이 많아 ‘인터스텔라’(2014)와 ‘지구 속 여행’(2008) 등의 영화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슬란드에 머물면서 몇 가지 인상적인 모습을 발견했다. 낯선 풍경들이어서 더욱 뇌리에 박혔다. 하나같이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각별한 애정과 정책적 배려가 반영됐다. 고속도로를 아무리 달려도 대형 광고판 하나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교통 표지판은 필요한 곳마다 설치돼 있었지만 우리나라처럼 특정 기업이나 지역을 알리는 대형 광고판은 없었다. 도로변 대형 광고판은 운전자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기도 하고, 넓게 보면 자연의 풍광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다. 자연환경을 주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조병욱 사회부 기자
이 나라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남한 면적(9만9720㎢)과 비슷한 10만3000㎢의 섬나라인 아이슬란드에는 전국을 이어주는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링로드’가 있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한 좁은 도로인데, 주변 거주지나 지형 등의 문제로 폭을 확장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연보호를 위해 생활에 꼭 필요한 만큼만 자연을 이용하자’는 그들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차량 통행도 많지 않아 왕복 2차선 도로라도 교통 흐름에 무리가 없다고 봐 길을 넓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도심과 외곽을 가리지 않고 도로는 민간 건물과 땅을 수용까지 해가면서 일단 넓고 시원하게 뚫고 본다. 그 결과 어떤 지역에서는 넓은 도로에 차가 드문드문 다녀 ‘유령도로’와 같은 곳도 있다.

아이슬란드의 유명 빙하지역 등 관광지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요 관광지마다 ‘자연을 보호합시다’라거나 위반 시 제재 경고 등을 담은 각종 안내판과 표식이 어지럽게 놓인 우리와 달랐다. 누구나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의경고판을 꼭 필요한 곳에다 설치했다. 예컨대 출입금지 경고는 낮은 펜스 사이사이에 사각형의 나무판을 바닥에 두고 그 위에 발자국 모양의 그림이 들어가는 식이다. 남녀노소, 외국인까지 누가 봐도 그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의미가 쉽게 전달됐다.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교외로 나갈 때는 정신적인 휴식을 원한다. 진정한 휴식은 꼭 조용한 환경뿐만 아니라 시각적 자극에도 인공적인 요소를 제외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명 관광지나 자연 휴양지를 생각해 보면 인공물의 홍수 속에 놓여 있다. 특히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생각하면 현재의 안내판이나 광고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진정으로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제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아이슬란드는 그들에게 주어진 멋진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잘 보전하고 이용했는지를 담은 그들의 철학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연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조병욱 사회부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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