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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포퓰리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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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4 21:34:17 수정 : 2016-11-14 21: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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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같은 비이성적 아웃사이더 득세
혼돈의 한국정치 미국 같은 선택 없어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그리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지난 수년간 국제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도자다. 총선과 대선에서 예상밖의 승리를 거둔 ‘아웃사이더’ 정치인이다. 공격적인 개혁정책과 공약으로 자국 및 국제사회의 정치경제 흐름을 바꾸는 인물이다. 선거과정에서 국민의 불만을 제대로 긁어주면서 표를 모은 전략가다. 정보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포퓰리즘’의 전략적 효과를 입증해 낸 사례다.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한 모디 총리는 빈민 출신의 야권 지도자였다. 서민을 대변하는 개혁공약으로 권력을 잡았다. 민심을 파고들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글로 ‘설 축하’ 메시지를 올릴 정도로 아직도 우리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 법조인 가문에서 태어난 두테르테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다.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市) 시장에서 대통령으로 급부상했다. 국민의 삶을 피폐화하는 ‘범죄와의 전쟁’ 공약으로 지지를 이끌어냈다. 부패한 기성 정치와 사회·경제적 저발전에 분노해온 서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더 충격적이다. 서민의 삶이 극단적 상황인 인도 및 필리핀과 미국은 다르다. 빈부격차는 커지고 있지만 세계경기 둔화 속 미국은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권 말기에도 버락 오바마의 지지도는 여전히 높다. 여기에 트럼프는 자본주의의 중심국 미국의 부동산 재벌이다. 관료출신인 힐러리 클린턴보다 서민의 지지를 얻기 더 어려웠던 후보였다. 공화당에서도조차 ‘버림받았을’ 정도로 승리의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러나 정치 신인인 트럼프가 당선됐다. 막말과 성추문 파문에도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현재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다중의 불만이 표심에 작용했다. 큰 틀의 국가 운영과 국제적 위상보다는 ‘나의 일자리’를 언급하는 후보에 표를 던졌다. 어려운 정치·경제학적 용어보다는 초등학교 수준의 익숙한 표현이 민심을 움직였다. 외교적인 수사보다는 직설적이고 명확한 화법이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시대임이 확인됐다.

이는 포퓰리즘이 정보통신의 발달과 결합한 결과다. 분노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시대다. 기성정치와 정치인의 실태가 알몸처럼 드러나면서 민심이 이반하는 시대다. 아웃사이더의 대중친화적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다. 주류정치와 결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중과의 직거래가 새로운 정치문화로 부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과 자국중심주의적 사고가 판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정치문화 속에서 비이성적 혹은 비합리적 지도자의 부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표심을 잡는 것과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 수행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3169㎞의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할 수 없을 것이다. 테러를 막겠다고 무슬림의 입국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국제사회는 더 큰 파국을 맞을 것이다. 난장판이 된 한국정치에도 새로운 물결이 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선택이 미국과는 다를 것이라 믿는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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