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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그인] SNS가 만드는 ‘공포 무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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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7 21:23:58 수정 : 2016-11-17 21: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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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쉬는 날이면 시골집에 자주 내려간다. 몇 해 전부터 가족들이 일군 텃밭에서 고구마, 배추 따위를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도 시골집으로 향했다. 영동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놓자 은근한 불안감이 엄습해 수시로 룸미러를 보며 뒤따라오는 차를 살폈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끔찍한 교통사고 영상을 접한 이후 생긴 버릇이다. 그 영상은 지난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사고를 담고 있었다.

그 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대형버스가 앞서던 승용차를 밀어버리는 잔혹한 영상은 사고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SNS에서 ‘핫한’ 이슈로 회자되고 있다. 어떠한 검열이나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오늘도 누군가의 뉴스피드에서 공유되고 있다.

SNS는 신문보다 빠르고 방송보다 적나라하다. 가감 없는 사진과 영상은 사건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피해자의 프라이버시가 무시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SNS의 병폐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7월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참혹한 ‘트럭 테러’ 희생자들의 처참한 모습이 SNS를 타고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4월 중국에선 한 남성이 자신의 애인을 살해하는 장면을 SNS로 생중계했고, 미국의 한 남녀 커플은 죽을 때까지 서로를 흉기로 찌르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SNS를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이용한다. 누군가의 아픔을 팔아 사람들의 ‘값싼 클릭’을 유도하는 저급한 놀이를 위한 수단이 아닌 것이다. 오늘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고통을 ‘좋아요’와 맞바꾸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박윤희 디지털미디어국 소셜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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