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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통일 쉽게 생각 말고 탈북민 남한사회 적응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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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8 20:40:44 수정 : 2016-11-18 20: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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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탈북민 출신 남북하나재단 이사 현인애 연구위원 이달 초 탈북민의 남한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이사에 탈북민 두 명이 임명됐다. 2010년 재단 설립 이후 탈북민이 이사에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사는 모두 11명으로 상근 임원인 이사장과 사무총장을 제외한 9명이 비상근 임원이다.

비상근 임원 9명 가운데 현인애(59·여) 통일연구원(KINU) 객원연구위원은 현성일(57)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전문위원과 함께 탈북민 출신 첫 재단 이사라는 ‘명예’와 함께 ‘책임’도 지게 됐다. 탈북단체들은 탈북민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탈북민 출신 이사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서야 탈북민 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현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인터뷰 장소인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 건물 1층 커피숍 자리에 앉자마자 “얼떨결에 인터뷰 한다고는 했지만 아직 뭘 한 것도 없는데 (인터뷰를 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다”며 “솔직히 기쁘거나 좋기보다는 그냥 덤덤하다”고 했다.

현 연구위원은 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를 졸업한 뒤 함경북도 청진의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2004년 탈북했다. 북한에서 20년 동안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그는 남한에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북한학을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 현 연구위원이 남한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다단계판매였다. 그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직장 얻을 엄두도 못 내고 있을 때인데 누가 찾아온다니까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며 “그 사람이 다단계로 안내해서 한 6개월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탈북민 정착지원 제도가 완전히 뿌리 내리기 전 일이었다. 


현인애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자신의 남한 정착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남한 정착에는 얼마나 걸릴까. 현 연구위원은 “내 경우에는 딱 10년이었다”며 “지금처럼 정착 지원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을 때 입국한 초창기 탈북민들은 고생을 많이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더듬이질해가며 살다보니 올챙이가 개구리 된 것 같다”고 술회했다. 그는 “처음엔 얼마나 어려운 처지인지 상황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며 “남북한 사회의 차이를 느끼고 아는 것은 남한 사회에 적응한 이후에야 가능한 일이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을 쉽게 얘기하지 않는다. 현 연구위원은 “탈북민의 존재로 인해 통일이 마냥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는 점을 남한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을 것”이라며 “아직 (통일을 말할 정도로 탈북민이) 많지도 않고 준비된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들에게도 조만간 통일될 것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이 사회에서 적응하고 사는 것이 곧 통일을 위한 길이며 일단 이곳에서 적응한 뒤에 북한에 가서도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남북한 주민이 서로 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회에 적응하고 사는 일이 통일을 위하는 길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 연구위원은 탈북민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대체로 여기 직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넘어와서 남한 사람들과 섞이기 어렵다 보니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직장·조직생활을 해본 사람이 드물고 대개 장사해서 먹고살던 사람들이 많다 보니 여기 와서 조직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취업에 성공해 직장 생활을 끈기있게 하는 탈북민이 다른 탈북민의 ‘모방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 연구위원은 탈북 청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우리 때는 역할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 거의 없었기에 심리적으로 더 힘들었다”며 “지금은 젊고 똑똑한 사람도 많이 들어오고 탈북민 사회에 모방할 사람이 많아져서 요즘 입국하는 이들의 정착은 과거보다는 훨씬 수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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