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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떼루아 헌터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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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9 18:57:31 수정 : 2016-11-19 18: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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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 데 푸 떼루아 헌터 페드라 파라 한국을 찾다

한국을 찾은 페드로 파라.
떼루아 헌터(Terroir Hunter).  말그대로 떼루아 사냥꾼이다. 떼루아를 사냥한다니 뭔 소리인가. 얼마전 수입사 관계자로부터 ‘남미의 떼루아 헌터’로 유명한 페드로 파라(Pedro Parra)가 방한하니 취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생소한 떼루아 헌터라는 단어에 한동안 고개를 갸웃 거렸다. 와인메이커나 빈야드 매니저도 아니고 떼루아 헌터라니. 더구나 너무 뻔한 칠레와인 아닌가.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않고 취재에 나섰다. 떼루아 헌터 페드로 파라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말레코 지역 포도밭 풍경. 홈페이지

전반적으로 칠레는 더운 기후 조건때문에 포도가 과숙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칠레 와인은 너무 거칠거나 진한 와인 일색이다. 또 밸런스가 깨졌있거나 알코올향만 도드라진 와인들이 많아 기자가 그리 즐겨마시는 와인은 아니다.  그러나 떼루아 헌터와 그가 빚은 와인과의 만남은 이런 선입관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가 들고온 와인들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한다면 단어컨대 그 누구도 칠레 와인이라는 사실을 절대 맞추지 못할 것이다. 와인경진대회에 출품된 와인이라면 심사위원들은 92점 이상인 ‘그랑 골드’를 줬을 것이다. 마치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같이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 바로 떼루아 헌터의 손에서 탄생한 끌로 데 푸(Clos des Four)다. 그는 어떻게 칠레의 환경과 기후속에서 이런 부르고뉴 풍의 와인을 빚을 수 있었을까.

“가장 먼저 어떤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것인가 컨셉을 설정하지요. 예를 들면 부르고뉴 피노 누아나 모르공, 에르미따쥐 같은 와인을 만들겠다고 결정하면 그런 와인을 가장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떼루아를 찾아 내는 겁니다. 의도적으로 기후, 토양, 고도가 맞는 곳을 찾는 거지요”.  떼루아 사냥의 시작이다.
토양의 구조를 확인하느 페드로 파라. 홈페이지

떼루아는 포도 나무가 자라는 토양, 경사, 기후, 바람, 강우량, 일조량 등 지리적 환경과 기후적 환경을 모두 포괄하는 단어다. 하지만 토양은 비슷하다고 치자. 칠레의 주요 포도밭이 몰려 있는 곳은 더운 편인데 어떻게 부르고뉴 포도밭같은 그 많은 조건에 부합하는 떼루아를 찾을 수 있었을까.  “와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추럴 산도이지요. 고도가 높아야해요. 특히 칠레는 더운지역이라 최대한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야 온도가 떨어지지요.”  칠레 남쪽은 서늘해 좋은 와인 생산하기에 적합지역이란다. 특히 토양자체가 산화된 곳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은 미네랄이 풍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주로 프랑스 같이 석회암과 화강암으로 이뤄진 곳도 많다고 한다.

파라는 프랑스에 몽펠리에의 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했는데 아주 작은 소구획 규모 포도밭의 떼루아와 기후를 전공했다. 또 컨설턴트 자격으로 세계 전지역 포도재배 지역을 거의 다니면서 연구했다. 파라는 특히 칠레 전역의 떼루아를 연구해 현재 칠레 떼루아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 때문에 그는 벤티스꾸에로(Ventisquero), 운두라가(Undurraga), 에라주리즈(Errázuriz), 페레즈 크루즈(Perez Cruz), 코일레(Koyle), 몽 그라스(Mont Gras) 등 칠레 대부분 빅 브랜드의 테루아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칠레의 거의 모든 경쟁사들을 컨설팅했다고 한다. 이때문에 세계적인 와인 매체 와인스펙테이터는 그를  ‘현대판 인디아나 존슨’라고 부를 정도로 와인계의 모험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끌로 데 푸는 파라가 12년동안의 테루아 컨설팅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만든 와인이다. 2008년 설립해 2010년 첫 빈티지를 시장에 내놨다. “와인 저널리스트, 수입업자, 소믈리에들은 대체로 ‘칠레 와인은 뻔하고 과숙했으며 상업적이다’라고 생각하지요.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동료 3명과 의기 투합해 와너리를 세웠답니다”. 기자가 칠레에서 부르고뉴 와인을 느꼈으니 이들은 노력은 성공한 셈이다.

그들은 칠레 본연의 떼루아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는데 특히 ‘칠레의 오레곤’으로 불리는 산티아고에서 700km 떨어진 ‘말레코(Malleco)’를 최적의 와인 생산지로 선택했다. 편암과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비오 비오, 이타타, 코퀘네스의 떼루아는 프랑스 꼬뜨 로띠와 에르미따쥬와 같은 포도밭 처럼 이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토양이라고 한다. 이들은 부르고뉴에서 최고의 피노 누아 클론을 들여와 피노 누아 와인을 빚고 있다. 특히 사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관개를 전혀 하지 않는다. 사람이 아닌 포도나무 스스로가 최고의 포도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클로 데 푸는 프랑스어로 크레이지, 즉 미쳤다는 뜻이다. 기존 칠레 와인의 스타일에 벗어난 와인이라는 의지를 담았단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프랑스 루아르 와인과 부르고뉴 피노 누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바롤로 가장 좋아해요. 그래서 거기 토양과 거의 흡사한 떼루아를 찾아내고 같은 포도 품종을 심는답니다. 그때문인지 가장 섹시한 칠레와인으로 불려요. 하하하” 와이너리를 함께 설립한 동료중 프랑스와 마소(Francois Massoc)는 칠레에서 가장 잘 나가는 와인메이커다. 최고의 양조 기술자와 최고의 떼루아 헌터가 뭉쳤다니 궁극의 조합이다.

“아르헨티나, 칠레, 소노마의 피노 누아는 포도나무 한그루당 생산량이 보통 2kg입니다. 그러나 끌로 데 푸는 불과 800g이에요. 생산량이 반도 안되요. 생산량을 극도로 제한해서 포도의 응집력을 최대한 끌어올립니다. 프랑스 와인들과 블라인드로 대결해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어요”.

자, 이제 그들이 자신있어하는 와인을 시음할 시간. 파라와 함께 끌로 데 푸 대표 와인 6종을 테이스팅해 보자. 화이트 2종과 레드 4종이다.

끌로 데 푸 샤르도네 로쿠라1 샤르도네 둘시네아

끌로 데 푸, 샤르도네 로쿠라1(Clos Des Fous Chardonnay Locura1)은 샤도네이 100%다. 로쿠라도 미쳤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이 와인 마셔보니 미친 칠레 화이트다. 배와 흰색 꽃 계열의 아로마와 함께 은은한 버터 향이 난다. 풀바디 화이트 와인이지만 산도가 잘 뒷받침돼 밸런스 좋다. 화이트 와인치고는 피니시는 오래 지속되며 풍부한 미네랄이 일품이다.  해발 고도 1000m에서 재배하는 평균 수령 18년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빚는다. 오크 숙성과 젖산 발효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풍미가 좋다.
샤르도네 로쿠라1
“칠레에서 선선한 기후가 필요한 화이트 품종은  대부분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재배해요. 하지만 저는 해안가에서 완전 반대쪽인 산으로 갔죠. 아주 높은 고도의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기 때문이지요. 샤도네이를 재배하는 라펠 밸리 중 카챠폴 밸리의 알토 카챠폴은 칠레에서 유일무이한 토양으로 샤도네이를 재배하기는 최고의 떼루아를 갖췄죠. 무려 4년이나 걸려서 이 곳을 찾아냈답니다”.

칠레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비싼 화이트 와인을 꼽는다면 아리스토스(Aristos)다. 2003년 부르고뉴의 본 로마네 대표 와이너리 도멘 뒤 꽁트 리제 벨에어(Domaine du Comte Liger Belair)의 오너 루이 미셸 리제 벨에어(Louis Michel Liger Belair)와 파라가 함께 칠레에 세운 와이너리다. 샤르도네 로쿠라1의 포도밭은 원래 아리스토스를 빚기 위해 찾은 곳인데 이곳의 일부 포도로 로쿠라1을 빚고 있다. “로쿠라1은 성공작 중 하나지요. 다른 칠레 샤도네이랑 많은 차이가 있어요. 출시하자 마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데 특히 일본, 캐나다, 미국 뉴욕, 벨기에, 영국이 큰 시장이지요. 특히 영국인들 잼느낌이 나는 진한 와인을 싫어해요. 엘레강스하고 섬세한 포인트를 주는 와인을 좋아하는데 로쿠라1인 그런 와인이지요”
끌로 데 푸 샤르도네 돌시네아

끌로 데 푸 샤도네이 둘시네아(Clos Des Fous Chardonnay Dulcinea)는 샤도네이 100%다. 엄선한 포도를 손 수확해 시멘트 통에서 천천히 전통 방식으로 발효한다. 밝은 황금 컬러로 잘 익은 배, 사과, 열대 과일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매우 풍부한 견과류향., 복잡미묘한 캐릭터가 특징이다. 특히 이 와인은 미네랄 덩어리 그 자체다. 아주 스페셜하고 유니크한 떼루아 덕분인데 표층 점토질 밑은 화산토로 이뤄졌다. 우아한 스파이스함도 감돌고 레몬껍질, 열대과일 등의  향긋한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구조감이 뛰어나고 크리스피한 산도가 잘 조화를 이룬다. 제임스 서클링이 97점, 파커가 95점을 줬다.
끌로 데 푸 푸마결 피노누아

끌로 데 푸 푸마결 피노 누아(Clos Des Fous, Pour Ma Gueule Pinot Noir) 피노 누아 100%다. 이타타 밸리(Itata valley)에서 생산되는 엔트리급와인이다. 오크 숙성하지 않고 14개월동안 스테인리스 탱크에서만 숙성한다. 전형적인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  바이올렛 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다크 루비 컬러를 지녔고 붉은 베리류와 블랙 체리향이 강한 풀바디와인이다. 그러면서도 벨벳같은 부드러움과 고급스러운 탄닌을 겸비했다.산도도 잘 뒷받침돼 전반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스타일로 빚어졌다. “피노 누아의 클론은 모두 넘버링을 하는데 115번과 777번 클론으로 만들어요. 포도나무 수령이 3년밖에 안돼 복합미를 찾기는 좀 어렵지요. 하지만 포도 나무가 나이를 먹을수록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줄 겁니다”.  

포도를 재배할때 클론은 매우 중요하다. 와인메이커에 따라 원하는 스타일 다 천차만별인데 좀더 푸르티한것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고 스트럭처가 강한 스타일을 원하는 이도 있다. 지향점에 맞게 클론을 쓴다고 한다.  푸마결 피노 누아는 신선하게 마시기 쉬운 스타일에 포커스를 맞춰 만든 와인이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데 현지소비자가 15달러 정도다. 
끌로 데 푸 피노누아 서브솔룸

끌로 데 푸  피노 누아 서브솔룸(Clos Des Fous Pinot Noir Subsollum)은 피노 누아 100%다. 말레코 밸리의 아콩카구아 코스타에서 생산한다. 해발 고도는 100m 정도며 포도나무 수령은 10년이다. 오크 숙성하지 않는다. 밝은 루비 레드 컬러를 띠며 신선하면서도 체리향이 풍부하다. 또 잘 익은 딸기와 각종 향신료이 느껴지는 미디엄 바디의 와인이다. 피노 누아의 전형적인 특징을 느낄 수 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야생화의 느낌이 공존하는 와인이다. 서브 솔음은 언덕밑의 지하지층을 뜻하는 말이다. “서브솔룸은 끌로 데 푸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으로 공을 많이 들인 와인이랍니다. 2008년 설립 전부터 가지고 있던 포도밭에서 2007년부터 시작했어요. 포도밭 떼루아는 고도와 환경이 부르고뉴와 가장 닮은 지역이라 애정이 많이 가는 와인이에요”. 뉴욕 와인바에서 잔술로 많이 나가는 와인이란다. 
끌로 데 푸 블렌드 코퀘니나

끌로 데 푸 블렌드 코퀘니나( Clos Des Fous  Blend Cauquenina)는 이타나 밸리(Itata Valley)에서 빚는 와인으로 말벡, 까리냥, 시라, 파이스, 까르미네르를 블렌딩 됐다. “이 곳은 보르도 토양과 아주 비슷한 곳이에요. 보통 포도 품종별로 포도밭이 따로 따로인데 이곳은  말벡, 까리냥, 시라, 파이스, 까르미네르가 다 섞여있다. 이게 칠레의 역사지요. 과거에 포도나무가 죽으면 아무거나 심었기때문에 품종이 혼재되어 있어요. 8개월전 로버트 파커가 베스트 밸류 와인으로 분류한 다음 잘 나가고 있답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요. 파커가 95점을 줬는데 이 가격에 그렇게 높은 점수 받는 와인은 많지 않지요”. 이타타 밸리는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들이 즐비한 곳이다. 보통 80년이상인데 말벡의 경우는 수령이 100년이 넘는다. 7% 정도만 사용한 오크통에서 수성시킨다. 스파이시하면서 허브향의 풍미가 풍성하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붉은 과일의 느낌고 산도가 매우 좋다.
끌로 데 푸 카베르네 소비뇽 브룸

끌로 데 푸 카베르네 소비뇽 브룸(Clos Des Fous Cabernet Sauvignon Würm)은 마이포 밸리 알토 카차폴에서 빚는 하이엔드급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100%다.  해발 고도는 640m이며 포도나무 수령은 22년이다. 프렌치 오크(Allier)에서 24개월 숙성하는 새오크오 사용한 오크가 반씩 사용된다. 다크 베리와 블루 베리 캐릭터와 함께 초콜렛과 우디한 향이 느껴진다. 풀바디하며 섬세한 탄닌감이 인상적이며 프루티한 피니시가 일품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인데도 매우 엘레강스하고 미네랄과 산도가 좋은 부드러운 와인이다. 국내에 수입된지 6개월됐는데 두번째 주문이 나갈 정도로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다. 기존 칠레 스타일을 싫어하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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