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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의사소통 안돼 가정폭력 심각해요”

입력 : 2016-11-20 19:48:17 수정 : 2016-11-22 14: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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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다문화] 다문화복지센터 와타나베 사츠코 국장
“2년 전쯤인가요.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한 여성이 체념한 목소리로 ‘죽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생각이 안 났어요. 얼른 사무실로 오라고 했죠.”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와타나베 사츠코(57·사진) ㈔다문화종합복지센터 사무국장은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 상당하다”며 이같이 말을 꺼냈다.

2010년 개소한 다문화종합복지센터는 다문화가정 구성원을 비롯해 한부모가정, 장애인 등을 위한 상담·교육·지원·봉사사업을 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식구들이 문화적·사회적 차이를 극복하고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와타나베 국장은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만 연간 1000여건에 이를 정도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주로 50∼60대 여성으로 전체 상담전화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는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성들이다.

“왜 때렸느냐고 물어보면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해서’ 등 주로 의사소통과 관련한 것이 많아요. 아무래도 한국어에 서툴다 보니 집안에서도 부부간 대화가 쉽지 않고,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폭력이 이뤄지는 거죠.”

그는 이런 환경에 놓인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아이들은 ‘왜 우리 엄마는 일본인이지? 혹은 태국인이지?’ 하며 교실의 다른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위축되거든요. 특히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엄마의 나라는 나쁜 곳’이라며 부정적 이미지를 갖기 시작해요. 이런 시기에 집에 와서 아빠에게 무시당하는 엄마를 보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죠.”

와타나베 국장은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의 ‘자존감 하락’ 역시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한국사회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이들을 절망하게 한다”며 “사회적응을 위한 충분한 교육과 적절한 일자리 제공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2년전 그에게 전화했던 다문화가정의 여성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절망 끝에 이혼의 문턱까지 갔지만 우연히 요리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안 뒤부터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자기 재능에 맞는 일자리를 찾은 뒤 자존감을 완전히 회복했어요. ‘한국생활 17년이 아주 부질없는 일은 아니었다’면서 가족관계도 더욱 돈독해졌죠. 요즘은 ‘신이 난다’며 통화 목소리도 밝아졌어요.”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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