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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예전보다 한발 물러나 생각”… 서울서 감독인생 2막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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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3 06:00:00 수정 : 2016-11-23 1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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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올해의 감독상 받은 FC서울 황선홍 감독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 황선홍(48) 감독은 변화무쌍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말 포항 스틸러스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황 감독은 올 초부터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선진축구를 유학하며 재충전했다. 야인 생활을 한창 즐기던 그에게 지난 6월 서울 구단이 감독직을 제안했다. 중국 슈퍼리그의 장쑤 쑤닝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최용수(43) 감독의 후임이다. 1년간 휴식을 취하려던 황 감독은 고심 끝에 감독직을 수락했다. 시즌 중반 팀을 맡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초반 부침을 겪던 황 감독은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던 전북 현대를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2013년 감독으로서 포항에서 처음 우승을 맛본 지 3년 만이다. 그 덕분에 그는 올해의 감독상까지 안았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지난 최근 경기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한 시즌을 되돌아보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구리=서상배 선임기자
경기도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황 감독은 “정말 서울의 수장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열심히 해 준 선수들이 대견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시즌 초반 야인 시절 “서울이 요즘 잘 나가지만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했다. 결국 중반부터 지휘봉을 이어받은 그는 우승을 일궈냈다.

황 감독은 2007년 12월 처음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에 올랐다. 2010년 11월 친정팀 포항으로 옮긴 그는 2013년 K리그 클래식과 축구협회(FA)컵 2관왕(더블)을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이뤄냈기에 더욱 값졌다. 부산, 포항과 비교하면 현재 맡고 있는 서울은 구단의 지원 등 모든 면에서 풍족한 편이다. 데얀과 아드리아노 등 리그를 호령하는 특급 외국인 공격수를 데리고 있어 전북에 버금가는 선수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서울은 분명 선수 수급도 잘 되는 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수도권을 연고지로 쓴다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미소지었다. 
6개월. 짧다면 짧은 공백이었지만 지도자 황선홍은 그 사이 조금 변했다. 황 감독은 “8년 동안 감독 생활하면서 쉼이 없었다. 원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승부의 냉혹한 세계에서 살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말 예민해졌다”며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힘들었다.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상당히 의미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시 감독이 됐지만 예전보다 조금 더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한다고 알려진 최 감독과 달리 황 감독은 유연한 스타일이다. 황 감독은 “돌려서 얘기하는 건 성격에도 잘 안 맞아서 있는 그대로 말한다”며 “대신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선수들이 공감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구는 몸으로 하는 운동이다. 팬들은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선수들에게 늘 그런 모습을 보이라고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시즌이 끝났지만 그의 머릿속은 아직 복잡하다. 리그는 끝났지만 FA컵 결승이 남았기 때문이다. 디펜딩 챔피언인 서울은 2연패를 향한 열망이 크다. 이런 가운데 상대는 라이벌 수원 삼성이다.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는 국제축구연맹(FIFA)도 인정한 명품 라이벌전이다. 올해 FA컵 결승은 2차례 치른다. 1차전은 27일 오후 2시 수원의 홈인 수원월드컵경기장, 2차전은 다음달 3일 오후 1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황 감독은 서울에서 선수나 지도자 생활을 안해봤다. 이 때문에 서울 구단, 팬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이 새롭다. 황 감독은 지난 8월 부임 후 첫 슈퍼매치를 홈에서 1-0 승리했다. 그는 “압박감을 느끼진 않았는데 팬들의 응원 열기에 엄청 놀랐다. 당시 팀이 위기도 많았고 힘들게 이겼는데 그 한 경기 승리에 팬들은 열광했다”며 “내가 생각했던 간단한 한 경기가 아니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FA컵 결승이 사상 처음 슈퍼매치로 열리는데 엄청난 경기가 될 것 같다. 선수들이 편하게 우리 식으로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강팀으로 거듭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서울은 ‘아·데·박(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 트리오를 앞세워 매서운 화력을 뽐냈다. 황 감독은 FA컵 결승도 이 트리오의 활약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올 시즌 서울 공격을 이끌었던 데얀, 아드리아노, 박주영 등 세 선수의 힘이 결승에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FA컵까지 제패하면 황 감독은 또 한 번 더블을 달성한다. 여러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지만 ACL은 올해 기록한 4강이 최고 성적이다. 황 감독은 “프로팀 감독을 시작하면서 ACL 우승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며 “아직 인연이 안 닿았는데 서울과 함께라면 ACL 우승 꿈을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는 잘 준비해서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구리=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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