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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인기·갈채 뒤의 허전함…땀방울에 날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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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6 06:00:00 수정 : 2016-11-26 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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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매력에 빠진 연예인들
다음달 로드FC 격투기에 도전하는 배우 김보성이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드FC체육관에서 케이지 그물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의리의 사나이’ 김보성(50)이 숨을 헐떡거리며 일어난다. 상대방이 쓰러뜨리고 쪼이자 손으로 바닥을 치며 ‘항복’을 표시한다. 어느 덧 지천명이지만 그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음달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종합격투기에 출전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드FC체육관에서 김보성을 만났다. 그는 요즘 매일 3시간 이상 이 체육관에서 땀을 흘린다. 

평소 연예인 중에서 ‘주먹’ 좀 쓴다고 자부하던 김보성이지만 실제 격투기 세계로 들어오니 차원이 다르단다. 그는 “이렇게까지 힘든 줄 몰랐다. 타격은 예전부터 자신 있었는데 훈련하면서 겸손해지는 나 자신을 보게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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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전문 스포츠 도전 열풍

김보성을 포함해 한류스타 김수현(28), 가수 이홍기(26) 등 최근 연예인들의 전문 스포츠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김수현과 이홍기는 최근 프로볼러가 되려고 도전장을 던졌지만 아쉽게 낙방했다. 김수현은 지난달 23일 1차선발전에서 214.6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달 30일 끝난 2차 선발전에서는 평균 192.3점을 기록해 최종 합격기준(200점 이상)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홍기도 177.2점으로 낙방했다. 이들은 한국프로볼링협회 규정상 1차 선발전 통과만으로도 프로볼러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일반인들과 동등하게 실력을 인정받고자 ‘특혜’를 고사하고 끝까지 겨뤄 큰 박수를 받았다.

김수현
이홍기
프로볼러에 도전했던 김수현과 이홍기는 취미가 발전한 경우다. 그러나 김보성은 소아암 어린이를 도우려는 뜻에서 시작했다. 김보성은 “그동안 기부와 봉사활동 등을 했지만 혼자서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쉽지 않았다”며 “로드FC 측에서 입장 수익 전액을 소아암 어린이를 돕는 데 쓰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먼저 제안했다. 파이트 머니를 모두 기부할 생각인데 온몸을 던져 나눔 문화를 전파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머리도 밀었다. 그의 모발은 소아암 환우 가발을 만드는 데 쓰인다.

김보성의 상대는 일본 유도선수 출신인 곤도 데쓰오(48)다. 데쓰오는 공식 전적 17전 3승 14패인 프로 격투기 선수다. 김보성은 “유도 선수 출신과 맞붙게 될 줄 몰랐다”며 “뒤늦게 주짓수도 배우고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다. 비록 나이가 많지만 펀치는 파이터들도 인정해 준다. 타격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송재호
◆원조는 전국체전 사격 금메달리스트 배우 송재호


그동안 다수 연예인들에게 스포츠는 취미생활이었다. 하지만 김보성과 김수현 등의 도전으로 연예인들의 전문 스포츠 진출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예인의 전문 스포츠 활동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성우로 데뷔한 뒤 1968년부터 KBS 특채 탤런트로 연예활동을 시작한 배우 송재호(77)가 원조다. 연기자 생활을 하던 송재호는 1978년 사격을 시작했다. 그가 잡은 총은 산탄총. 일명 클레이 사격으로 불린다. 야외에서 쏘는 클레이 사격은 날아오르는 접시를 맞히는 방식이다.

송재호는 “1978년 한국에서 세계사격선수권이 열렸다. 평소 총에 관심이 많았는데 태릉사격장을 드나들면서 클레이 사격을 보고 반했다”고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실력도 국내정상급이었다. 그는 1985년부터 제66회 전국체육대회 사격 클레이 스키트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그때 너무 메달을 잘 따서 연기와 사격을 두고 고민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심판도 맡은 그는 대한사격연맹 이사로도 오래 활동했다. 그는 “날아오르는 접시를 총으로 쏴 깰 때 쾌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사격하면서 대범해져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시형
◆방송에서 시험 삼아 했다가 선수로 도전도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도전했다가 궁합이 잘 맞아 전문 대회까지 도전하는 연예인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배우 이시영(32)은 2010년 여자 복싱선수를 다룬 단막극에 캐스팅돼 훈련을 받았다. 드라마 제작은 무산됐지만 이시영은 복싱의 매력에 빠졌고 2010년부터 전국생활체육 복싱대회에 출전한 뒤 이듬해 제47회 서울 신인 아마추어 복싱전 여자부 48㎏급에서 챔피언이 됐다. 2013년에 인천시청 복싱팀에 정식 입단해 연기와 복싱선수 활동을 병행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연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윤형빈
개그맨 윤형빈(34)은 배우 김보성의 격투기 선배다. 윤형빈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친분을 맺은 격투기 선수 서두원(35)의 코치를 받아 2014년 케이지 위에 올랐다. ‘로드FC 14’에서 윤형빈은 다카야 쓰쿠다(일본)에게 1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윤형빈이 롤 모델인 김보성은 “형빈이가 ‘열심히 달리다 보면 어느새 결승점에 와 있는 형님을 발견할 거다’라고 한 말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힘들 때마다 형빈이의 조언을 되새기며 견딘다”고 밝혔다. 

이정용
배우 이정용(47)은 2013년 머슬마니아 선발전 클래식 부문 1위에 올랐다. ‘중년 몸짱’ 배우로 유명한 그는 2007년 MBC 추석특집 연예인 몸짱대회 참가를 계기로 피트니스에 맛들려 전문적인 영역까지 확장했다. 그는 “배우로서 살아남으려고 시작한 측면도 있다”며 “몸짱 캐릭터가 생긴 덕분에 예능, 드라마 섭외도 잦아졌다”고 활짝 웃었다.

이동준
◆스포츠 스타가 연예계 진출하기도


송재호가 연예인의 전문 스포츠 도전 1호라면 배우 겸 트로트 가수 이동준(58)은 스포츠 스타의 연예계 진출 1호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이동준은 1981∼1985년까지 세계선수권 미들급 금메달리스트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그는 은퇴한 뒤 그해 10월 충무로의 호출을 받고 배우로 데뷔했다. 그는 “태권도에서 은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실력보다는 심판 판정이 석연치 않아 졌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계통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 마침 영화 ‘불이라 불리운 여인’의 주연 제안을 받아 이 길로 들어왔다”고 떠올렸다.

스포츠에서 얻은 유명세로 선수들이 은퇴한 뒤 연예계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로 끝난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최근 예능에서는 운동선수 출신 스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89년 백두장사를 시작으로 천하장사 타이틀을 5회 거머쥔 강호동(46)은 각종 연예대상을 휩쓸며 국민MC로 자리매김했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42)은 2013년 농구 코트와 작별한 뒤 이듬해부터 예능에 얼굴을 비쳤다. 그는 지난해 SBS 연예대상 신인상을 거머쥐며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그는 당시 “정말 난감하고 죄송하다. 제 인생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했다”며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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