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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궤도 이탈한 선명성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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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3 01:14:19 수정 : 2016-12-03 01: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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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인곡을 쓴 가사문학 대가 송강 정철. 정치적으론 선명성을 강조했던 서인 영수였다. 선조 즉위 후 관직 생활을 재개하며 ‘격탁양청’을 내세웠다. ‘탁한 걸 몰아내고 맑은 걸 끌어들인다.’ 수구적 훈척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림정치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한 기치였다. 정철은 사림 진출을 견제하는 정적과 극한 논쟁을 벌였다. 임금이 질책하는데도 할 말 다하다 삭탈관직을 당했다.

영원한 라이벌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 1985년 12대 총선 직전 신한민주당을 만들었다. 양김의 쌍끌이 바람 효과로 신한당의 선명성이 부각됐다. 당시 제1야당인 민주한국당. 가뜩이나 조롱받던 어용 야당 이미지가 더 짙어졌다. 신한당은 선거에서 민한당을 더블스코어로 눌렀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YS)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DJ) 민주화를 갈망하던 시절 이만큼 선명한 구호는 없었다.

최순실 파문 후 야권 대선주자의 경쟁이 뜨겁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강철수’라며 투사로 변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통령 퇴진하라”며 국무회의까지 뒤엎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 하야와 구속을 가장 먼저 외쳤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 시장 완승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자신은 ‘고구마’, 이 시장은 ‘사이다’로 비유했다. 그러면서 “탄산음료는 밥이 안 되고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고 했다. ‘상대적 우위’를 주장한 것이다. ‘다크호스’로 부상한 이 시장을 공개 견제한 셈이다.

문 전 대표는 “전면에 나서면 호랑이 문재인을 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안 그래도 날마다 말폭탄을 던지는데, 웬 호랑이? 민주당이 매번 협상 대신 대결을 택해 정치적 고비를 자초하는 건 강공 일변도의 친문 탓이 크다. 추미애 대표가 자주 거친 말로 ‘똥볼’을 차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기 대선을 위한 탄핵 강행도 문 전 대표 이해를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국정을 수습해야 할 제1야당이 당리당략을 추구하면 수권정당 자격을 인정받기 힘들다. 선명성은 사전적 의미로 산뜻하고 뚜렷한 성질이다. 선명성 경쟁을 강성 발언 경쟁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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