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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볼썽사나운 예비역 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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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5 01:25:28 수정 : 2016-12-05 01: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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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휴대전화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야, 왜 나한테만 그러냐.”

지난달 28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던 중 들은 한 예비역과 현역 훈련조교의 대화 내용이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텐데 그날따라 유독 거슬렸다. 한 명이 아니라 꽤 많은 예비역이 그래서였을까.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반말 때문이었다.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불쾌하게 들렸다.

예비군 훈련에 가면 현역 조교들은 예비역에게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예비역 중 일부는 자신이 갑인 양 현역들에게 반말로 대한다. 대학생 시절 처음 예비군 훈련받을 때는 다른 이들을 따라서 반말로 현역들을 대한 적이 있다. 하지만 훈련장에서 처음 만난 조교들이 그저 군대를 늦게 갔다는 이유로 반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제는 존댓말을 쓴다.

최형창 체육부 기자
예비역들이 현역병에게 반말할 자격은 없다. 사회에서도 초면부터 반말하는 사람들은 찾기 어렵다. 예비역들이 현역병보다 군번이 빠른 점에서 선배는 맞다. 그렇지만 현역 때도 같은 부대 선후임이 아니면 ‘아저씨’라고 해서 계급을 떠나 서로 존댓말을 쓰지 않았던가.

예비군 부대 조교 중에는 늦은 나이에 입대한 이들도 있다. 같은 부대원도 아닐뿐더러 이미 민간인이 된 예비역이 더 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의정부의 한 예비군 부대에서 조교로 군 생활을 한 친구는 “훈련장에서 반말을 듣는 건 일상적인 일이다”며 “처음 반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언짢았는데 그렇다고 왜 반말하느냐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예비역들이 반말만 하면 다행이다. 말 안 듣고 멋대로 행동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 친구는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예비역 신분으로 예비군 훈련에 가면 후배 조교들의 말을 잘 따르려고 한다고 했다.

최근 통화한 동네 예비군 동대 현역병은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서 보충교육 안내차 전화를 드렸을 때도 다짜고짜 반말하는 예비역 선배님들이 종종 있다”며 “얼굴도 모르는데 반말로 언성을 높이면 짜증이 나지만 꾹 참는다”고 털어놓았다. 조교들은 예비역들이 반말한다고 해서 “왜 반말하십니까” 하고 따지진 않는다. 오랫동안 반말이 이어져 왔기에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따졌다가 싸움이 벌어지면 불리한 쪽은 현역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대에서도 “최대한 예비역과 충돌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린다고 한다.

평소에는 안 그러다가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비뚤어지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비군을 떠올리면 모자는 머리 위에 살짝 걸치고 상의는 약간 풀어헤친 채 껄렁껄렁하게 걷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같은 예비역으로서 훈련이 달갑지 않은 점은 공감한다. 2년 가까이 현역으로 고생하고 전역했는데 다시 군복 입고 이리저리 구르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수고하는 현역 조교들에게 반말보다는 존댓말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 격려하면 어떨까. 군인이기에 앞서 그들 역시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

최형창 체육부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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