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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8선 의원의 노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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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6 00:45:26 수정 : 2016-12-06 00: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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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눈귀를 가린 친박
서청원 의원이 중심을 잡고
제 역할만 했더라도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
68년 헌정사에서 최다선인 9선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박준규 전 국회의장 3명이다. 8선 의원은 정일형 전 의원, 이만섭 전 국회의장, 김재광 전 국회부의장,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4명이다. 이 가운데 현역으로 정치 일선을 뛰고 있는 사람은 서 의원이 유일하다. 격동의 한국 정치사에서 여덟 번이나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은 대단한 영광이고 명예이고 자랑이다. 그의 의정활동 기간은 25년이 넘는다. 본래는 3년이 더 많아야 하지만 18대 국회 때 친박연대 돌풍을 일으켰다가 비례대표 후보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당선 1년 만에 의원직을 잃었다.

서 의원은 자신을 ‘참 괜찮은 사람’ ‘사람 냄새가 나는 정치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 상도동 바로 옆 동네인 동작갑의 터줏대감으로 12대를 빼고 11대부터 16대까지 5선 의원을 지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인기가 좋았던지 15대 국회 때 ‘여야를 통틀어 인기 1위’라고 했고, 2008년 말 기준 재산 1억483만원으로 국회의원 중 꼴찌를 기록한 것을 두고는 서청원 특유의 ‘베푸는 정치’의 결과라는 평을 받았다고 자랑한다.


김기홍 논설실장
그런 그가 “예전의 서청원이 아니다”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은 ‘상도동 좌장’에서 ‘친박계 좌장’으로 변신한 뒤부터였던 것 같다. 두 차례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실형을 선고받자 사람 냄새 대신 욕심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지역구를 동작갑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경기도 화성으로 옮겼을 때는 “국민 상식을 배신했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2007년 박근혜 경선 캠프 고문을 맡으면서 친박계 좌장으로 친박 명단의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린 지 어언 10년. 주군으로 모셔 온 박 대통령의 몰락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모두 11개 항의 헌법 위배 죄상이 담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친박계 인사들을 탄핵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국민주권을 짓밟고 대의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을 때 그들은 외면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에 편승해 혼군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사익을 추구했다. 이 엄중한 시국에서도 박 대통령을 바른 길로 이끌려 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청와대를 에워싼 촛불 민심을 전하려 하기보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데 급급했다. 서 의원만이라도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해주었더라면 국가적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염량세태의 세상 인심을 거부하고 의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서 의원은 주장할지 모르겠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판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8선 의원과 어울리지 않는다. 국가 원로는 나라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의 경륜과 지혜가 국익이 아닌 사익에 오·남용되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작년 이맘때 우리 곁을 떠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자서전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의사봉을 칠 때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며,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국민을 바라보면서 양심의 의사봉을 친다.” 서 의원도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았겠으나, 마지막 한 번인 지금 그의 시선은 국민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이지만 차차 그 쇠를 먹어버린다. 법정 스님이 ‘무소유’에서 소개해 널리 알려진 법화경 구절이다. 서 의원에게서 8선 원로에 걸맞은 품격의 향기를 맡을 수 없게 된 것은 그가 품고 있는 옳지 못한 마음이 그를 먹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친박이 박근혜에게서 생겼지만 친박이 박근혜를 망친 것도 같은 이치다.

국회사무처가 펴낸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에 따르면 연봉과 의정활동 경비, 각종 수당을 모두 더해 국회의원이 1년간 국가에서 받아가는 돈은 2억3000만원이나 된다. 서 의원이 25년 넘게 국민 세금으로 받아간 세비만 수십억원이다. 새삼 그 본전이 생각나는 것은 그의 어른답지 못한 처신 때문이다. 이만섭은 일갈한다. “정치인은 모름지기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옳다.”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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