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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영화산업 공적 지원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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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6 00:36:58 수정 : 2016-12-06 00: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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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쥬라기 공원’이 1년 동안 벌어들인 흥행 수익 8억5000만달러가 우리나라 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해서 얻는 수익과 같다는 보고가 1994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나오자 정부부처와 기업, 언론 등은 문화산업의 경제적 가치에 비로소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영화를 제작·배급·상영하는 일련의 과정은 민간 영역이지만, 영화를 포함한 문화산업 전체는 국가경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경제단위이자 한 나라의 문화 정체성을 유지하는 공공 영역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 문화선진국들은 다양한 공적지원과 육성책을 통해 자국의 문화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공산품에 대해 ‘장벽 없는 무역’을 주장하는 국가들도 다른 한편으론 자국의 문화산업 보호를 위해 장벽을 쌓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단지 그 장벽을 ‘관세’나 ‘규제’가 아닌, ‘문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가릴 뿐이다.


김신성 문화부 차장
최근 경제성장에 힘입어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는 중국은 겉으로 중화문화의 우월성을 주장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자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함을 알고 외국 문화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실행하고 있다. 중국 내 외국영화의 상영 편수 제한과 몹시 까다로운 합작영화 인정 조건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 영화산업은 머지않아 중국 영화의 급성장으로 외연 확대 제한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듯싶다. 최근까지 한국 영화인들에게 중국시장은 ‘기회의 땅’이었다. 콘텐츠 제작 인력과 개발 능력이 부족한 중국의 상황은 그간 한국에서 작업할 기회를 찾기 어렵던 인력들에게 큰돈을 만질 일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드 정국’ 이후 수많은 한·중 합작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되고 이들은 빈손으로 돌아오고 있다. 여기엔 중국정부의 한국 길들이기 전략도 작용했겠지만, 더 이상 한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책이 깔려 있다. 물론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이 곧바로 세련된 문화 콘텐츠 완성품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돈만으로는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단숨에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전 추세를 보면 조만간 중국 영화는 최소 자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외국 문화 규제와 자국 문화산업 보호 정책에 중국 영화인들의 노력까지 맞물려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극장 매출에서 중국영화는 61.5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제 거대해진 중국 영화는 자국은 물론 타국에 대한 우월적 지위까지 넘보고 있다. 시장의 제한된 규모를 감안할 때 ‘규모의 경제’로 확장해나가는 중국영화를 언제까지 감당해낼지 의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영화 정책이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사례가 빈발한 것은 실로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문화산업에 대한 공적지원은 자국 콘텐츠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체력을 향상시킨다. 우리 영화에 대한 공적지원과 육성책을 정비해 다시금 창작욕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다. ‘아시아영화산업의 창의력 허브’,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다.

김신성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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