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설업의 처지도 축구와 다르지 않다. 국내 환경이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되어야 해외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가격경쟁력과 성실한 시공, 철저한 납기 준수 등으로 해외발주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 왔다. 그러나 글로벌 건설시장은 점점 가격보다는 기술력, 사업관리 능력, 생산성, 자금조달 능력 등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크게 감소한 반면,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의 수주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
건설업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소프트파워로 무장하여 건설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같은 산업 내의 기업 간 경쟁이 아닌 다른 산업 간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 건설기업이 지금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머지않아 글로벌 기업들의 단순 협력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게다가, 우리 기업들에게 보장된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국내 건설시장에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이 진출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세계 건설시장이 예전처럼 녹록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냉정히 돌아보고 전력을 재정비하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 국내 시장의 발주제도와 사업관행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시킬 필요가 있다. 줄 세우기식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 경쟁을 유도하고, 발주기관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시범사업은 ‘글로벌 게임의 규칙’인 선진발주제도를 안착시키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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