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종택의신온고지신] 조심금사우선발(操心禁事于先發)

관련이슈 황종택의 新 온고지신

입력 : 2016-12-07 21:22:59 수정 : 2016-12-07 21:22: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도자는 백성들의 신뢰를 얻은 뒤에야 백성들에게 일하도록 했다. 백성의 믿음을 받지 못하면서 백성들에게 의무만 요구하면 백성들은 자신들을 괴롭힌다고 여긴다.(君子 信而後 勞其民 未信則以爲?)”

공자의 제자 자하가 공자에게서 배운 교훈을 ‘논어’에 남긴 어록 중 하나다. 그렇다. 지도자의 참된 권위는 신뢰를 얻는 데서 나온다. 조직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구성원들이 믿지 않으면 그 조직은 희망이 없다. 작은 단체라도 지도자가 불신을 하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며 시늉만 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한 국가 최고지도자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국민이 주시하고 있으니 일거수일투족을 깊은 신뢰속에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견신(見信)’이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행하는 덕행(德行) 즉 덕성스러운 행위가 믿게 해주고, 고의(高義) 즉 높은 의리가 믿게 해주며, 지절(志節) 즉 지조와 절개가 높아야 믿어주며, 재학(才學) 즉 재능과 학문이 훌륭해야 믿어주며, 지술(智術)이나 충신(忠信)으로 남이 믿어주게 해야 한다고 주자는 강조했다.

신뢰를 얻고 잃는 것은 이유가 뚜렷하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는 이는 믿음을 얻고, 거들먹거리면서 대충 일을 하는 자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럼 충과 신은 무엇인가. 충은 자신의 정성을 다하는 것이요, 신은 세상이치에 어긋나지 않음을 뜻한다. ‘맹자’에 이르길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국가의 사직이 그 다음이며, 군주가 가장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한 것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 농단으로 주범격 공범으로 규정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민심의 분노가 매섭다. 중국 전국시대 법치주의를 주장한 한비자는 “마음을 다잡아 사악한 짓을 못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操心禁事于先發)”고 일찍이 경책한 바 있다. 백성의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설 땅이 없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操心禁事于先發 : ‘마음을 다잡아 사악한 짓을 못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

操 잡을 조, 心 마음 심, 禁 금할 금, 事 일 사, 于 어조사 우, 先 먼저 선, 發 필 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