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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역사 앞에 선 박영수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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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7 21:34:13 수정 : 2016-12-07 21: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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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 걸린 부패정권 단죄… 성역 있어선 절대 안 돼 2005년 참여정부 때다. 지금은 폐지되고 없는 대검 중앙수사부가 바삐 움직였다. 대기업의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포착한 것이다. 박영수 중수부장의 지휘아래 채동욱, 최재경, 윤석열 검사 등이 칼날을 세웠다. 역사속에 사라진 대우그룹이 수사 대상이었다. 물샐틈없는 수사보안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박 부장은 압수수색 전날 밤 수사보안을 위해 사무실 불을 끄고 스탠드를 바닥에 뉘어놓았을 정도였다. 주도면밀했다. 수사는 군더더기 없이 썩어 문드러진 환부만 쑥 도려냈다. 현 정부에서 성행한 ‘아니면 말고식’ 수사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치밀한 계획과 다양한 정보 등이 바탕이 됐다. 수사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비리의 민낯이 드러났다. 분식회계 규모만도 무려 41조원에 달했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 범죄였다.

비리의 정점에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외쳐온 김우중 전 회장이 자리했다. 5년7개월간 해외를 떠돌던 김 전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영어의 몸이 됐다. 혐의는 이랬다. 1997년 이후 3년간 차입금 누락 등의 수법으로 5개 계열사에 4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0조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불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 비밀 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수출대금 미회수 및 해외차입금 누락 등 방식으로 25조원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박 부장 등이 ‘재벌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는 계기가 됐다. 


문준식 사회부장
이듬해에는 현대차그룹의 1000억원대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를 밝혀내 오너를 구속 기소했다. 또 외환은행이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미국 투기자본인 론스타에 매각된 의혹도 파헤쳤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형 사건들이 이들의 칼끝에서 해결됐다. 찬사가 쏟아졌다. 한편에서는 대검 중수부를 사칭해 전화를 거는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릴 정도였다.

중수부를 이끌었던 박영수 특검 등 ‘저승사자’들이 다시 나섰다. 10년 전 데자뷔다. 수사 대상만 재벌에서 살아 있는 권력으로 바꿨을 뿐이다. 이 같은 탓에 지난 9월29일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고서 한 달간 눈치만 봤다. 국민의 분노가 커지자 마지못해 수사진용을 키운 데 이어 역대 최대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지난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씨와 ‘공범’으로 규정하고 피의자로 입건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사건의 핵심인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실패했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 갔다.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은 들불로 번져 새 역사를 써 가고 있다. 박 특검이 역사 앞에 선 까닭이다.

박 특검은 주말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해 속도전을 벌일 태세다. 박 특검이 큰 흐름을 잡고 추진력 있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 난제가 수두룩하다. 대기업 출연금과 관련한 대통령의 뇌물혐의 적용 여부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세월호 7시간 등 법에 명시된 것만 무려 14가지나 된다. 앞선 특검들이 3∼5가지 과제를 부여받았던 것에 비해 수사 범위가 매우 넓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이젠 촛불이 기댈 언덕은 박 특검뿐이다. 검사 시절 대기업 회장 3명을 구속해 ‘재벌 기소 3관왕’에 올랐던 것처럼 낱낱이 파헤치길 바란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국민만을 보고. 국가를 사유화한 피의자 또한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부패한 권력은 국민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엄히 보여주기 바란다. 박 특검의 어깨에 국운이 달려 있다.

문준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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