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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판도라’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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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9 01:02:33 수정 : 2016-12-09 01: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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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는 “큰 사고는 그전에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반복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이다.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인식 때문에 주택과 건물 그리고 기간산업체의 재난 대비가 미흡하다. 하지만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강도 5.8의 지진은 더 이상 우리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더욱이 원자력발전소와 근접한 지역에서 잦은 지진이 발생한 것이 활성단층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원자력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박정우 감독의 신작 ‘판도라’가 8일 개봉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과 이로 인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영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판도라’는 기존 재난영화와 공식을 달리한다. 일반적으로 재난영화는 재난을 야기시킨 상황과 사건에 집중한다. 최대한의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극적 드라마를 완성시킨다. 가족애 또는 인류애가 부각된다. 결국 눈물과 사랑이 범벅된다. 그러나 ‘판도라’는 재난의 심각성을 객체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보여주는 교육영화와 같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원전 밀집도 1위 국가임을 경고한다. 현재 국내에는 4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있고 여기 모인 총 24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문제는 원자력발전소 단지 반경 30㎞ 이내에 9개의 광역자치단체와 28개의 기초자치단체가 밀집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지진에 의한 원전 폭발로 인근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묵직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전달되는 영화 속 재난은 그 자체가 교육이자 공포다. 영화 속 지도자의 무능함과 시스템의 부재는 우리를 더욱 공황상태로 몰고 간다. 재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국가 지도자, 위기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장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자기 잇속을 따지는 원전마피아, 아무런 대책 없는 공권력, 이러한 모습에 우리의 현실이 겹쳐지면서 극도의 공포감이 유발된다.

원전시설과 원전사고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최첨단 컴퓨터그래픽(CG)이 다소 과장돼 보인다.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직접적인 대사는 작위적이다. 신파적 구성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판도라’는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박정우 감독이 보여준 현실 직관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는 2012년 영화 ‘연가시’를 통해 메르스 사태를 예견한 바 있다. 영화적 상상을 넘어 그의 직관이 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불안해하는 이유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부분 원자력의 공포를 인지하고 원전 추가 건설을 반대하며 탈핵을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6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4기를 더 세울 계획이다. 늘고 있는 전력수요를 감안하면 대안 없이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차선의 해법은 절전을 생활화해서 전력수요를 줄이고 동시에 원자력 발전에 대한 안전규제를 한층 강화해 재해에 따른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영화 ‘판도라’가 우리에게 전하는 경고를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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