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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의혹만 남기고 상고법원 좌초… 책임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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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8 19:26:24 수정 : 2016-12-08 20: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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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무리수에 의혹만 낳고 실패한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자아성찰은커녕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8일 통화한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최근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상고법원’을 미끼삼아 사법부를 입맛대로 조종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된 탓이다.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시한 것처럼 해석되는 ‘법원을 길들여야 한다. 법원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상고법원으로 협상을 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상고법원은 해마다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심 사건이 급증해 재판 당사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등 각종 부작용을 해소할 대안으로 추진된 대법원의 숙원사업이었다. 대법원은 국민 다수의 권리와 이익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건 등에 집중하고 개별 사건 당사자의 권리구제 기능에 대한 최종심(3심) 판단은 상고법원에 맡겨 신속·충실한 재판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이 역점을 기울이면서 대법원은 지난해 상고법원 법안 통과를 위한 국회 상대 설득과 법원 안팎의 우호 여론 조성에 힘썼다. 그러나 국민은 물론 법조계와 일선 판사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그런데 문제의 비망록에 사법부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상고법원 관련 내용이 언급되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비망록에는 ‘비위법관(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무죄 판결을 비판한)의 직무배제 방안 강구 필요’ ‘전교조 가처분인용 집행정지 취소토록 할 것’이라고 적혀 있고 실제 의심할 만한 일이 벌어진 정황도 있다. 물론 김 전 실장은 “전혀 그런 지시를 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측도 청와대와의 거래설에 대해 “상고법원 무산은 청와대의 반대도 한몫한 것으로 아는데 얼토당토않다”고 일축했다.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의 입장을 믿고 싶다. 그러나 일선 판사들조차 “청와대가 사법부를 길들이려고 한 때와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밀어붙인 시점이 절묘하게 맞고 서로 내통한 듯한 인상까지 주는 데도 대법원장은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양 대법원장의 침묵이 길어져선 안 될 것 같다.

장혜 진 사회부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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