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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제철 석화와 유기농 샤블리 장 마르크 보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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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8 21:08:13 수정 : 2016-12-08 21: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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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미너 음식 굴과 샤블리 와인은 찰떡궁합

유기농 샤블리 와인 장 마르크 보카르.
지아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Giacomo Girolamo Casanova·1725∼1798). 희대의 바람둥이, 난봉꾼쯤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한 단어로 특정할 수 없는 인물이지요. 18살에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천재이며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 계몽주의자이기도 합니다. 성직자, 작가, 모험가, 철학자, 연극배우, 바이올리니스트 등 다양한 모습으로 평생을 여행으로 떠돌아 다녔다는군요. 그가 쓴 ‘회상록(Histoire de ma vie)’은 수많은 여성과의 연애담이 담겨 있는데 18세기 유럽의 사회와 풍습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미식가이기도 한 그는 매일 아침 생굴을 50개씩 먹고 연인을 찾아 나섰다고 하네요.

추운 겨울철에 더 맛있어지는 석화
굴은 스태미너 음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사랑의 묘약’으로도 불렸을 정도랍니다. 돌에서 피는 꽃이라는 뜻으로 석화(石花)로도 불리는 굴은 비타민과 아연, 칼슘, 철분 등의 무기질,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합니다. 특히 아연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와 정자 생성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문에 카이사르,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등도 굴을 즐겼고 굴은 멜라닌 색소를 분해, 피부 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소문나 클레오파트라도 애용했다고 합니다.

석회질로 이뤄진 샤블리 토양은 쥐라기 이전 시대에 바다의 일부였다. 장 마르크 보카르 포도밭 모습. 홈페이지
굴은 보통 9월~4월에 즐기는데 날씨가 추울수록 맛이 좋아져 요즘이 딱 제철입니다. 바다 내음이 가득 담긴 싱싱한 굴은 날로 먹으면 가장 좋은데 찌거나 구워서 먹으면 그 향이 더욱 풍부해지지요. 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 프랑스 유명 와인생산지 부르고뉴(Bourgogne)의 북쪽 샤블리(Chablis)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대표적인 화이트 품종 샤도네이로 만드는데 미네랄이 풍부하고 산도가 뛰어 난 점이 특징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2400ha에 달하는 샤블리 포도밭이 석회암으로 이뤄졌는데 바로 이 지역은 약 1억5000만년 전 쥐라기 이전 시대에 바다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굴과 샤블리 와인이 환상적인 궁합을 보이는 이유랍니다.

고생대 암모나이트를 형상화한 장 마르크 보카르 와이너리의 상징. 석회질이 풍보한 토양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홈페이지
샤블리는 가장 낮은 등급인 쁘티 샤블리(Petit chablis), 샤블리(Chablis),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Chablis premier cru), 샤블리 그랑 크뤼(Chablis grand cru) 등 4개의 등급으로 이뤄집니다. 특히 샤블리 그랑 크뤼는 7개의 최상급 밭인 부그로(Bougros),  레 프뢰즈(Les Preuses), 보데지르(Vaudesir),  그레누유(Grenouilles), 발뮈르(Valmur), 레 클로(Les Clos), 블랑쇼(Blanchot)의 포도로 만듭니다. 이 포도밭 이름이 레이블에 적혀있다면 최고급 샤블리랍니다.

장 마르크 보카르(왼쪽)와 아들 줄리앙
샤블리 생산자중 1977년 가장 처음으로 유기농법 재배자 인증을 받은 곳이 도멘 장 마르크 브로카(Domaine Jean Marc Brocard)입니다. 1946년 포도재배 농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장은 부모의 권유에 따라 농경학을 전공한 뒤  부르고뉴 생 브리 르 비네(Saint-Bris-le-Vineux) 지역에서 와인을 빚는 집안의 아내를 만나 처가에서 본격적인 와인메이커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는 아들 줄리앙(Julien)이 태어난 1973년 샤블리에 자신만의 포도나무를 심은 와이너리를 세우고 재배와 양조과정에서 일체의 화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비오다이나믹(Biodynamic) 농법으로 가장 순수한 샤블리를 빚고 있습니다. 특히 오로지 스텐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와 숙성을 해 포도 품종과 샤블리 토양의 미네랄을 그대로 살린 와인을 선보입니다. 오크 숙성을 전혀 하지않지만 자연 효모를 잘 활용해 좋은 풍미를 지닌 와인을 빚어냅니다. 
 
■장 마르크 브로카의 주요 와인들

장 마르크 브로카 수출 매니저 에티엔느 베르디에
화장기 전혀없는 맑고 순수한 자연 미인이면서 풍만한 몸매를 지닌 여인. 장 마르크 브로카 와인은 한 모금만 마시면 단박에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샤블리다.  장 마르크 브로카 와인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수출 매니저 에티엔느 베르디에(Etienne Verdier)와 대표 와인 5종을 테이스팅 했다.  “ 장 마르크 브로카 와인을 대표하는 세 단어는 The Precision , Strength,  Freshness 랍니다. 쥐라기 이전 시대 바다였던 샤블리의 토양을 정밀하게 포도 나무에 담고 다시 그대로 한잔의 와인으로 옮깁니다. 전형적인 샤블리 토양의 순수함을 그대로 담는 작업이지요. 파워풀하고 긴 피니시와 함께 떼루아의 복합미를 담는데도 주력합니다. 이와함께 자연적인 산도와 토양의 미네랄리티가 잘 표현되는 와인을 빚는 것이 양조 철학이에요”. 장 마르크 브로카는 이처럼 샤블리 떼루아를 가장 잘 표현한 와인이다.

 

장 마르크 브로카 샤블리는 최상의 포도만을 골라 손 수확한 뒤 공기압을 이용해 포도를 부드럽게 압축하는 수평 압착(Pneumatic Press) 과정을 거치며 자연 효모균을 사용해 스테인리스 스틸탱크에서 발효한다. 장 마르크 브로카 샤브리는 조개와 굴껍질이 풍부한 석회질 토양 키메르지안 점토(Kimmeridgian Clay)에 자란 포도로 만든다. 이때문에 풍부하고 매력적인 미네랄을 지닌 샤블리가 빚어진다. 스틸탱크에서 발효와 숙성을 했지만 마치 오크에서 숙성한 듯한 풍성한 풍미와 스피이시함도 갖춘 매력적인 샤블리다. 현재 장 마르크 브로카의 아들 줄리앙이 와인 양조를 전공한뒤 1995년부터 와이너리에 합류해 부친과 함께 와인을 빚고 있다.
 

샤블리 생 클레어
샤블리 생 클레어(Chablis Saint-Claire) 2015는 샤도네이 100%다. 자연 효모균을 사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고 2차 발효인 젖산 발효 과정을 거치며 9개월간 숙성시킨다. 녹색계열의 볏짚색을 띄며, 레몬, 백도, 살구, 자두 같은 노란 과육의 과실향과 신선한 흰꽃이 느껴진다. 밸런스가 뛰어나며 미네랄이 살아 있는 샤블리 와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굴을 비롯한 어패류, 해산물, 구운 생선, 연어, 참치, 고트 치즈와 좋은 매칭을 보인다.

샤블리 비에으 빈유 드 생 클레어
샤블리 비에이으 비뉴 드 생 클레어(Chablis Vieillies Vignes de Saint-Claire) 2013은 평균 60년 이상 수령의 샤도네이로 빚는다. 12개월동안 숙성한다. 연한 황금색을 띄며, 레몬, 오렌지, 신선한 홍 자몽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먼저 올라온다. 이어 달콤한 아카시아 꽃향과 아니스향이 매혹적으로 이어진다. 우아하고 신선한 산도와 약간 솔티하게 느껴지는 미네랄, 매우 둥근 바디감을 지녔다. 버섯파이, 바닷가재 요리, 조개, 생선요리, 머스터드를 곁들인 토끼고기 요리, 고트 치즈와 잘 어울린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바데베이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바데베이(Chablis 1er Cru Vau de vey) 2013 평균 수령 25년 이상 샤도네이 100%다.  14~15개월간 숙성시킨다. 연한 황금색을 띈다. 섬세하면서도 은은한 아니스향으로 시작된다. 이어 감귤과 오렌지, 자몽과 자두와 같은 신선하고 잘익은 과실의 향이 미네랄과 함께 복합적인 느낌으로 입안을 채운다. 우아하면서도 강한 바디감과 신선한 산도, 부드럽게 끝을 잡아주는 미네랄이 균형을 잘 이룬다. 생선, 해산물요리, 굽거나 크림소스를 곁들인 닭, 오리 등 가금류 요리, 돼지고기 요리와 페어링이 잘된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보로랑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보로랑 (Chablis 1er Cru Vaulorent) 2013은 수령 45년 이상의 샤도네이 100%로 빚는다. 숙성기간은 14∼15개월 정도다. 녹색빛이 살짝 감도는 황금색을 띄며 감귤, 자몽, 오렌지 필, 신선한 자두, 사과향이 느껴진다. 바다 내음 같은 미네랄과 야생의 들꽃 향도 피어난다.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바디감과 프루티한 느낌이 인상적이며 긴 여운과 함께 미네랄의 뉘앙스가 훌륭한 와인이다. 생선과 해산물요리, 관자, 굽거나 크림소스에 끓인 가금류와 돼지고기 등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샤블리 그랑 크루 레 끌로
샤블리 그랑 크뤼 레 끌로(Chablis Grand Cru Les Clos) 2011은 그랑 크뤼 포도밭 레 끌로의 평균 수령 30년 이상 된 샤도네이 100%로 만든 최상급 샤블리다. 숙성기간은 18개월이다. 녹색빛이 감도는 선명한 금색을 띈다. 레몬 제스트, 홍 자몽, 자두, 오렌지, 오렌지 필 등과 같은 시트러스향, 생 아몬드와 바닐라도 느껴진다. 풍성한 바디감을 지녔고 신선하면서도 라운드한 산도, 미네랄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우아한 샤도네이다.  생선, 해산물, 관자와 그릴하거나 크림 소스를 곁들인 가금류 요리,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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