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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새로운 한국 비출 촛불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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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2 01:16:36 수정 : 2016-12-12 01: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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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한국 이용하기 바쁜 중국, 금한령에 내정간섭 도 넘어 / 매체 총동원 사드 철회 압박… 국수주의 열풍 적극 대비할 때 혼돈의 세계다. 좌충우돌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전 세계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고 아우성이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한국은 동북아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한국의 외교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핵심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처지가 됐다.

오는 19~20일로 추진되던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는 물건너갔다. 지역안보 현안 등을 놓고 누구와 접촉해야 할지 알 수 없는 한국의 현실 탓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한·미관계를 논의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엄동설한에 국정이라는 수도관이 동파된 꼴이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한국이 혼돈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이에 중국은 이 상황을 십분 활용하면서 국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관련해 “한국 내정이고 중국 정부의 일관된 원칙은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공식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중국은 한·미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자 그 보복으로 한국을 전방위로 옥죄고 있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공연이나 한국 드라마·방송·영화의 중국 내 방영이 예전 같지 않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실상 ‘금한령’(禁韓令)이 내려져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에는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 법인들이 세무조사를 비롯한 전방위 조사 대상에 올랐다. 롯데는 자발적으로 사드 부지를 내놓은 것이 아닌데도 본보기 차원에서 매를 맞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롯데 조사를 통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국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해외여행까지 조절하고 있다. 대만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총통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대만 여행을 줄인 결과 대만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의 대외 압박은 내정간섭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한국 의원외교 과정에서 사드 반대를 주장하는 야당 국회의원만 가려 만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내년 말 한국 대통령 선거와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드 압박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드 철회 공세가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부터 중국 정부의 나팔수인 중국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사드 철회를 위한 말폭탄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사드의 빚을 탄핵으로 갚게 됐다’, ‘박 대통령이 잘못된 결정을 해 탄핵됐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사드 한반도 배치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른 매체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드를 마땅히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중국 지린(吉林)대 국제관계연구소의 쑨싱제(孫興傑)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박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 동안 중국과 한국의 관계 개선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제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라서서 중화민족 부흥을 위한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앞당겨진 대선 국면에서 잠룡들의 백가쟁명 시대가 개막될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일반의 예상을 깨고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트럼프가 당선되고 이탈리아에서는 마테오 렌치 총리가 추진한 헌법 개정안이 국수주의 성향인 야당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결국 렌치 총리의 사퇴로 이어졌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국수주의 바람이 전 세계를 휘감고 있다. 사령탑이 무너진 한국은 백척간두에 섰다. 이제부터는 탄핵의 촛불이 아닌 혼돈 속의 한국을 환하게 비출 촛불을 밝힐 때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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