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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무능과 무책임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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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4 01:37:30 수정 : 2016-12-14 01: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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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청와대,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지난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한 학생은 성실함을 만점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이 학생은 “학교 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 토요 자율학습 등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교사들도 자투리 시간에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평가했다. 뛰어난 재능만 갖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수능 만점 학생이 확인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비범하지 않은 사람이 성실하지도 않다면 결과는 어떨까. 그런 사람이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그 답은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다. 18년 정치인생을 탄핵이라는 불명예로 마무리하게 될 우리나라 최초의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끊임없이 나오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대통령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노라면 과연 국민을 안중에나 두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최씨 일가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돈을 긁어모은 것을 보면 정권 초기 개념조차 모호했던 ‘창조경제’가 이런 것이었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최씨의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 중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박 대통령의 근무 스타일이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 머무른 날이 많았다. 달리 얘기하면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의 행적 때문에 드러난 것이지만, 수학여행 길에 오른 학생들이 물속에서 살려 달라고 외칠 때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올림머리를 했다.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얼마나 자주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꽃다운 청춘들의 아우성이 TV로 생중계되는 시간에도 관저에서 머리 손질을 했다는 것과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과 관저를 오가는 대통령 경호 행사가 없어졌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증언이 나오는 걸로 미뤄 볼 때 관저 근무가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번 있었던 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여성은 만삭의 몸을 이끌고 만원 버스와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정시에 출근한다. 이른 아침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가 울면서 엄마를 불러도 출근시간에 쫓겨 뒤돌아보지 못한 채 직장으로 내달리는 워킹맘이 부지기수다. 근무 중에 갑자기 산통을 느껴 병원으로 직행해 아이를 낳은 여성공무원 사례를 쉽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관저 근무는 보통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2012년 12월 16일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제가 대통령 됐으면 했어요. 대통령 되면 할 거예요.” “그래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라고 대답했다. 박 대통령의 지적 수준이 생중계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국민들은 비범하지 않은 대통령이 막중한 임무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출근조차 하지 않는 나태하고 안일하고 불성실함에 치를 떨며 촛불을 들었다.

구중궁궐인 청와대 폐쇄성이 대통령의 무책임을 키우고 제왕처럼 군림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대통령이 열린 공간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집무실을 이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집무실은 광화문 앞 정부종합청사로, 관저는 서울 한복판인 용산공원으로 옮기면 어떨까.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이전을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를 선택하자. 불통 대통령으로 인한 국가적 낭비가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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