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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알프스 빙하 닮은 샴페인 폴로저 퓨어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6-12-14 18:18:14 수정 : 2016-12-14 18: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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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년 역사 폴로저 5대손 위베르 드 빌리 인터뷰

  

폴 로저 퓨어 엑스트라 브륏
저 멀리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 산자락이 보인다. 그앞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푸르디 푸른 청명한 호수. 오래전 가방 하나 둘러매고 훌쩍 떠났던 바로 그곳. 그래. 바로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오스트리아 짤쯔캄머구트 호수다! 지친 영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 완벽한 힐링. 이보다 더 자연미가 가득담긴 아름다운 풍광이 있을까. 순수의 정수. 화장기 전혀 없지만 맑은 순백의 미가 그 어떤 화려한 인공미를 단박에 압도하는 그녀같은. 폴로저 퓨어 엑스트라 브륏 NV(Pol Roger PURE Extra Brut NV)는 자연미로 가득찬 짤쯔캄머구트 호수같은 와인이다.  

샴페인은 보통 양조과정에서 병목에 모은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데고르즈망(Degorgement)을 거치고 손실된 샴페인과 당을 보충하는 도사쥬(Dosage) 작업을 하는데 이때 첨가되는 당의 양에 따라 샴페인의 당도가 결정된다. 샴페인의 당도는 브뤼 제로 (Brut zero)-브뤼 나뚜르(Brut Nature)-엑스트라 브뤼 (Extra Brut)-브뤼(Brut)-섹(Sec)-드미섹(Demi- sec) -두(Doux) 순서로 당도가 높다. 보통 많이 즐기는 엑스트라 브뤼나 브륏은 약간 가당을 하지만 달지 않고 살짝 달콤한 뉘앙스가 느껴질 정도다.

폴 로저 5대손 위베르 드 빌리
폴 로저 퓨어 엑스트라 브륏은 전혀 가당을 하지 않았다. 퓨어라는 단어 그대로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자연상태의 샴페인이다. 폴로저는 왜 이런 샴페인을 내놓았을까. 폴로저 가문을 이끌고 있는 5대손 위베르 드 빌리(Hubert de Billy).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폴 로저 샴페인 하우스에 얽힌 얘기 보따리를 풀어봤다.

동안 가당한 샴페인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퓨어 샴페인은 낮설 수 있다. 너무 드라이한 탓이다. 샴페인 맛이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퓨어 샴페인은 모험일수도 있다. 그런데도 퓨어 샴페인을 만든 이유는 뭘까. “과거 샴페인 양조 과정에서 도사주 과정을 통해 당을 첨가한 바로 산도때문입니다. 산도가 너무 튀기 때문에 도사주를 통해 이를 부드럽게 다스릴 필요가 있었지요. 하지만 지구 온난화때문에 포도의 산도가 많이 줄어 들었답니다. 요즘 산도가 많이 낮은 샴페인 생산되는 것은 이런 포도 재배의 환경적인 변화때문이에요. 따라서 지금은 뾰족한 산도를 길들이기 위해 반드시 가당을 할 필요는 없게 됐어요. 퓨어 샴페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지요. 폴 로저 퓨어 엑스트라 브륏은 당을 첨가하지 않은 전형적인 샴페인이지요. 포도 본연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하면서 샤프하고 섬세한 샴페인이랍니다”.

폴 로저 샴페인 하우스 전경 홈페이지
베르 드 빌리는 퓨어 엑스트라 브뤼 NV 2007 론칭으로 폴 로저 샴페인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고 말한다. 폴 로저 하우스의 여러 샴페인 중 자연상태를 가장 잘 나타낸 와인으로 평가받는 이 샴페인은 폴 로저 하우스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얻어진 모든 노하우가 집약된 작품이다. “폴 로저 퓨어 엑스트라 브뤼는 폴 로저의 기본 철학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러움과 순수를 컨셉으로 만들었답니다. 피노누아, 피노 뮈니에, 샤도네이 세 포도품종의 순수성을 표현하고자 동일한 비율로 블렌딩하고 마지막 도사쥬 과정을 진행하지 않아 보다 순수한 샴페인의 특성을 최대한 표현했어요”. 그의 말대로 폴 로저 퓨어 엑스타 브뤼는 전혀 가당을 하지 않았지만 풍성한 풍미를 자랑한다. 

 

현재도 가족 경영을 이어가는 폴 로저는 연간 150만병가량 생산하며 80%를 수출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다. 위베르 드 빌리는 2년에 한번 정도 한국 등 아시아를 방문했는데 최근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 지난해부터는 매년 한국을 찾아 폴 로저를 홍보하고 있다.  

1849년 설립된 폴 로저는 대기업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 속에 살아남아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는 대표적인 프랑스 프리미엄 샴페인 하우스다. 유럽의 상류층과 로얄 패밀리의 사랑을 받아온 폴 로저는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 윈스턴 처칠이 사랑했던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또 2004년 1월부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식 샴페인 공급처로 지정돼 폴 로저의 모든 샴페인에서 ‘왕실인증서(Royal Warrant)’가 붙어있다.  2011년 4월에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샴페인으로 선정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윈스턴 처칠경
이중 처칠에 얽힌 일화들이 가장 궁금했다. 처칠은 한손에는 시가, 한손에는 꼬냑이나 샴페인을 들고 있을 정도로 시가와 샴페인 또는 꼬냑을 동시에 즐겼다고 한다. 평소에는 시가와 꼬냑을 식사때는 시가와 샴페인을 애용했다. 특히 쿠바산 시가인 로메오 이 휼리에타(Romeo Y Jilieta·로미에와 줄리엣)와 샴페인을 같이 즐겼다고 한다. “사실 시가 향은 강해서 와인과 매칭이 안맞아요. 더구나 샴페인은 더욱 델리키트하고 섬세해서 시가랑 어울리기 쉽지 않죠. 어디까지나 처칠경의 개인적인 취향이 가장 컸다고 볼수 있지요. 하지만  피노누아로 만든 샴페인은 향이 진해서 맨 마지막에 리치처럼 약간 단맛이 나 시가랑 잘 맞지요. 특히 온두라스산 시가는 라이트해 샴페인 하고 잘 맞는 답니다. 처칠경은 피노누아로 만든 샴페인과 시가를 같이 즐겼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피노누아 함량이 높은 샴페인은 오크숙성을 많이했는데 그때 당시의 샴페인은 시가와 잘 어울렸을 겁니다”.

바원티드 윈스턴 처칠 룸
폴 로저를 단독 수입하는 금양인터내셔날은 서울 청담동 바원티드에 최근 ‘폴로저 윈스턴 처칠룸’을 마련했다. 처칠을 기리며 그의 응접실처럼 만든 윈스턴 처칠룸은 폴로저 샴페인과 발베니 위스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럭셔리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폴로저 세트를 주문하면 처칠이 생애 가장 좋아했던 시가 브랜드 로메오 이 휼리에타(Romeo Y Julieta) 시가가 제공한다. 세트는 폴로저 샹파뉴 브뤼와 발베니 12년산으로 구성된 58만원부터부다. 

처칠경이 즐기던 시가 로미오 이 휼리에타
바원티드'는 2014 PRK 챔피언쉽 우승자 권경욱 국가대표 바텐더가 이끄는 곳으로 와인, 싱글몰트 위스키를 비롯해 바원티드만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폴 로저 대표 샴페인

폴 로저 샴페인
위베르 드 빌리와 함께 폴 로저 샴페인 6종을 테이스팅했다. 그중 압권은 처칠이다. 폴 로저는 마른 계곡의 에뻬르네(Epernay) 마을과 꼬뜨 드 블랑(Cote de Blanc)의 가장 우수한 곳에 85ha의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폴 로저의 지하 저장고는 에뻬르네 시내 한복판의 가장 깊고 서늘한 곳에 있는데 세 개의 층을 이루는 회백색의 연토질 석회암에 만들어져 폴 로저 샴페인의 깊은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폴 로저 테이스팅 샴페인
위베르 드 빌리는 1963년 프랑스 샴페인의 고향 에뻬르네에서 태어난 폴 로저 가문의 5번째 직계 후손이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뒤 1988년 폴 로저 하우스에 돌아와 세일즈와 마케팅 분야의 업무를 시작으로 가업을 잇기 시작했다. 와인메이커인 도미니크 쁘띠(Dominique PETIT)와 함께 각 뀌베(Cuvee)의 블렌딩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등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폴 로저를 이끌고 있다.

폴 로저 퓨어 엑스트라 브륏
폴 로저 퓨어 엑스트라 브릿 NV(Pol Roger ‘PURE’ Extra Brut NV) 2007은 피노누아, 샤르도네, 피노 뫼니에를 블렌딩했다. 폴 로저 하우스의 다른 샴페인 중 샴페인의 자연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샴페인입니다. 폴 로저 하우스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얻어진 모든 노하우가 집약돼 완성됐다.  폴 로저의 기본 철학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러움, 순수’를 컨셉으로 빚어졌다. 세가지 포도품종의 순수성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동일한 비율로 블렌딩하고 마지막 도사쥬(Dosage) 과정을 진행하지 않아 보다 순수한 샴페인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WS 91점 RP 88점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 웨딩 샴페인으로 사용된 폴 로저 브륏 리저브
폴 로저 브륏 리저브
폴 로저 브륏 리저브 NV(Pol Roger Brut Reserve NV)는 바로 2011년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샴페인으로 사용된 와인이다.  ‘화이트 호일(White Foil)’이란 애칭으로 유명한 폴 로저 브뤼 리져브는 유명한 넌 빈티지 샴페인 중 하나다. 보통 상파뉴 하우스의 명성은 넌 빈티지 샴페인의 품질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포도 품질이 매우 뛰어난 해에만 만들어 맛이 뛰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폴 로저는 넌빈티지 샴페인의 스타일과 품질의 일관성을 잘 유지하며 매년 뛰어난 샴페인을 생산한다. 3년 정도 숙성후 출시된다.

폴 로저 블랑 드 블랑
폴 로저 블랑 드 블랑(Pol Roger Blanc de Blanc) 2008은 최상급 재배지로 손꼽히는 샹파뉴 그랑크뤼, 오제(Oger), 크라망(Cramant), 와리(Oiry), 아비즈(Avize), 쇼우이(Chouilly)에서 수확한 샤도네이로만 만든다. 다른 빈티지 샴페인은 보통 3년 동안 숙성하지만 폴 로저만는 폴 로저만의 우아함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약 7년정도 숙성한다. 따라서 매우 적은 수량이 한정적으로 생산되며 한국 시장에도 연간 120병 정도만 수입되는 최고급 샴페인이다.

폴 로저 뀌베 서 윈스턴 처칠
폴 로저 뀌베 서 윈스턴 처칠(Pol Roger Cuvee Sir Winston Churchill) 2004는 매일 폴 로저 샴페인을 1병씩 마신 것으로 전해지는 윈스턴 처칠 경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처칠 경은 자신의 경주마 이름을 ‘폴 로저'로 지을 정도로 폴 로저를 사랑했고 폴 로저 가문과도 깊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폴 로저는 91세의 나이로 처칠 수상이 세상을 떠나자 검은 띠를 두른 레이블을 부착해 처칠의 서거를 알리고 조의를 표했을 정도로 사이가 매우 돈독했다. 이에 폴 로저는 처칠 경 사후10주년인 1975년 그를 추모하며 처칠 경의 이름을 본떠 최고의 샴페인 뀌베 써 윈스턴 처칠을 탄생시켰다.  탄탄한 구조감과 중후한 성숙미가 돋보이는 샴페인이다.  정확한 양조법은 아직까지도 외부에 누출되지 않고 가족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이다. 포도의 블랜딩 비율도 윈스턴 처칠의 굴하지 않는 꿋꿋한 정신과 캐릭터를 반영했다는 수준정도만알려져 있다. 

폴 로저 로제 브륏 빈티지
폴 로저 로제 브륏 빈티지(Pol Roger Rosé Brut Vintage) 2008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로 만든 로제 샴페인이다. 폴 로저는 특별히 좋은 빈티지에만 그 명성에 걸맞는 최고급 로제 빈티지 샴페인을 선보인다. 약 20여개의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로 만든다.  몽따뉴 드 랭스 지역의 부지(Bouzy)에서 수확된 피노 누아로 만든 레드 와인을 15% 정도 블렌딩해 매혹적인 핑크빛 컬러를 탄생시켰다. 7년 숙성뒤 출시된다.

폴 로저 리치 드미섹
폴 로저 리치 드미섹 NV(Pol Roger ‘RICH’ Demi Sec NV)은 폴 로저 하우스의 모든 샴페인 중 유일하게 부드러운 달콤함을 살짝 느낄 수 있는 드미섹 샴페인이다. 도사쥬(Dosage)과정에서 약 35g/L의 포도천연당분(Cane)을 첨가해 과하지 않으며 섬세한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약 30개의 크뤼에서 수확된 샤도네이 피노 누아 피노뮈니에를 33%씩 균등 블렌딩하여 완성한 섬세한 샴페인이다. 대부분 15개월 정도 숙성시킨 베이스 와인으로 블렌딩하지만 이 샴페인은 적어도 3년 이상 숙성시킨두 개의 빈티지 와인을 베이스로 사용해 블렌딩한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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