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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범금몽은하위정(犯禁蒙恩何爲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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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4 22:00:24 수정 : 2016-12-14 22: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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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지도자가 작은 일이라도 공사 구분 못한 채 난잡하게 처신하면 주변에 미치는 악영향은 불 보듯 훤하다. 하물며 나랏일을 책임지는 지도자임에랴. 옳은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하고, 그른 일은 비판하고 멀리해야 공동체가 존속 발전함은 불문가지다.

중국 춘추시대 최고의 명재상으로 일컫는 관중, 곧 관자의 깊은 경륜이 묻어나는 말은 오늘에도 울림이 크다. 관자는 ‘근본을 가볍게 여기면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輕本傾國)’며 “근본과 말단이 분명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험하다(本末昏迷社稷傾)”고 일찍이 경책한 바 있다.

지도자의 준법정신을 강조한 말이다. 법은 자유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법 모르는 관리가 볼기로 위세 부린다’는 말이 있다. 실력 없고 일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우격다짐으로 일을 얼버무린다는 뜻이다. 요즘 법을 안 지킨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 경제인, 법조인, 교육자들까지 그런 법을 어기고도 ‘그런 법이 어디 있냐’며 생떼를 부리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관자의 말은 아프게 이어진다. “나라가 다스려지고 임금이 존귀한 것은 법에 의거한 말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靖國尊君根重令). 위법한 행위를 했는데도 봐준다면 어떻게 백성에게 바르게 하라고 하겠는가(犯禁蒙恩何爲正).”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헌법재판소 인용 여부 결정만 남았다. 여하튼 공적 조직이 대통령 측근 극소수 민간인 일당의 농단에 무력화됐다는 사실이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이 “국민의 승리”라는 찬사가 나오는 배경이다.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 자와는 더불어 말할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을 버리는 자와는 더불어 행동할 수 없다(自暴者不可與有言也 自棄者不可與有爲也)”는 맹자의 가르침이 가슴을 친다. 박 대통령 스스로 해친 자포(自暴)이자, 스스로 자신을 버린 자기(自棄)가 부른 비극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犯禁蒙恩何爲正 : ‘지도자가 위법한 행위를 했는데도 봐준다면 어떻게 백성에게 바르게 하라고 하겠는가’라는 뜻.

犯 범할 범, 禁 금할 금, 蒙 어두울 몽, 恩 은혜 은, 何 어찌 하, 爲 할 위, 正 바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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