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만들어진 대곡박물관은 규모도 작다.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1901㎡) 크기로, 소장 유물은 107점이다. 대곡댐을 건설하면서 발견된 토기와 철기 등이다. 관람객의 호기심을 끌 만큼 특별한 유물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도 이 작은 박물관에는 매년 평균 5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찾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변화다. 변화의 중심에는 신형석(51) 대곡박물관장이 있다.
16일 대곡박물관에서 만난 신 관장은 “대곡박물관만이 가진 장점을 찾아 내놓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박물관에 비해 접근성, 볼거리 측면에선 약점이 있지만, 대곡천 유역의 천전리 각석, 반구대, 집청정 등의 유적, 아름다운 자연은 장점”이라며 “박물관이 위치한 ‘농촌’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뒤집어 생각하면 차별화된 문화행사를 할 수 있다는 ‘강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형석 대곡박물관장은 “외지인이 많은 울산의 특성상 역사를 공통분모로 하면 지역에 대한 애정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
신 관장은 “작아도 큰 박물관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해야 한다”며 “관장과 학예사 2명이 ‘일당백’의 심정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좋은 반응을 주시면 힘든 것도 잊게 된다”고 덧붙였다.
‘친절함’ 역시 대곡박물관의 장점이다. 단순히 고문서나 지도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유물이 의미가 있는지, 어느 부분이 의미가 있는지 알려준다. 전시해설사뿐 아니라 신 관장도 관람객들에게 전시에 대해 설명해준다.
이런 때문인지 2013년 1월 열린 ‘천주교의 큰 빛, 언양’ 특별전은 부산과 대구 등 전국에서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았다. 인기 때문에 연장전시를 했고, 모두 1만7000여명이 관람했다. 다른 특별전도 1만3000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찾았다. 현재 열리고 있는 ‘울산의 시작, 신화리’ 특별전에도 벌써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기획전시만 볼 만한 것이 아니다. 지역 최초로 진행한 ‘어린이 고고학 체험교실’은 인기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문화 강좌, 답사와 특강, 공연 등으로 울산 지역사를 알리는 ‘태화강 유역 역사문화 알기’ 프로그램도 선호도가 높다. 이런 그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젊은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 관장은 “지방자치시대에 지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공유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끊임없이 색깔 있는 기획전시와 체험·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지인이 많은 울산의 지역적 특성상 시민들이 역사를 공통분모로 하면 울산에 대한 애정과 정주의식이 높아질 것이고, 품격 있고 따뜻한 문화도시로 성숙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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