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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본말전도된 서비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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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8 22:05:27 수정 : 2016-12-18 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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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말썽을 일으켜 한 달 사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와 LG전자서비스센터 두 곳을 연달아 방문하게 됐다.

먼저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고장 접수를 하고 담당 엔지니어를 배정받아 상담을 받았다. 휴대전화 수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차라리 교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2년이 넘은 휴대전화였기에 며칠 고민을 하다 LG 제품으로 새 휴대전화를 마련했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수로 떨어뜨리는 바람에 작은 부품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LG전자서비스센터를 찾아가야 했다. 역시 접수를 하고 엔지니어를 배정받았다. 다행히 부품이 있어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이진경 경제부기자
두 서비스센터 모두 마지막은 동일했다.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 끝에 “서비스평가 시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세요.” 엔지니어가 배웅을 해주면서 한 말이다. 삼성에서는 볼펜과 함께 고객서비스평가 종이를 내밀었다. LG에서는 다음날 연락이 갈 것이라며 이 말을 했다.

기자는 모든 항목의 점수에 만점을 줬다.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기 때문에 굳이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엔지니어의 표정이었다.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달라며 겸연쩍어 했다. 만점을 받지 않으면 자신에게 큰 일이 될 것이라는 곤란함도 목소리와 표정에서 읽혔다. 인지상정으로 외면하기 어려웠다. ‘만점으로 해줬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서비스평가 혹은 고객만족도 조사 요청을 받는다. 인터넷 통신사를 교체한 뒤에도, 은행을 이용한 뒤에도, 택배를 받은 뒤에도 평가를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평가에 앞서 담당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달라’, ‘큰 힘이 된다’며 부탁인지 청탁인지를 받는다. 특별히 불만이 있지 않은 이상 나쁘지 않게 점수를 준다.

서비스에서 친절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그래서 기업들은 직원들이 고객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도록 교육이나 시스템 마련 등을 하며 노력한다. 이 일환으로 기업들에게 서비스평가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이를 바탕으로 잘하고 있는 부분은 더 잘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개선할 수 있다.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 것은 고객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평가에 있어 조금이라도 ‘강요’가 개입된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엔지니어 개인이 고객에게 좋은 점수를 달라 말을 했든, 기업이나 서비스센터 차원에서 엔지니어로 하여금 좋은 점수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었든, 어떤 경우라도 고객 평가는 왜곡될 수 있다. ‘지적’하겠다 독하게 마음먹지 않는 이상 웬만큼 친절했다면 대부분은 좋게좋게 넘어가게 마련이다. 이렇게 해서 만점을 받아봐야 제대로 된 평가일 리 없다.

본말 전도다. 여기서 ‘본’은 기업이 노력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 ‘말’은 그 결과 고객이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평가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까,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것일까. 목적이 무엇인지 기본부터 돌아볼 일이다.

이진경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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