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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다시 점화되는 '천경자 위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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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0 16:45:06 수정 : 2016-12-20 16: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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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는 천경자 화백의 진품”이라는 검찰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25년간 계속돼온 ‘위작 논란’이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족은 물론 미술계 일각에선 처음부터 전면적인 재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천경자 화백의 유족 측은 20일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공식입장을 통해 검찰의 판단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족 측 공동변호인단은 이날 낸 자료에서' 미인도'의 원소장자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사실이 진품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미인도'를 선물했다고 지목된 오종해 중앙정보부 대구 분실장에 관한 이야기는 천 화백이 생전에 먼저 꺼낸 이야기이며, 오 씨가 그림을 가져간 사실은 있지만 '미인도'보다 훨씬 작은 사이즈라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또 그 그림이 김 전 중앙정보부장의 소유라고 해도 그의 몰수 재산 가운데 가짜 골동품이나 그림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사실이 진품의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천 화백의 작품 표구를 전담하다시피 한 동산방 화랑의 화선지와 액자로 표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그림의 액자가 동산방에서 만든 것은 분명하나 그 그림을 천 선생이 가져왔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가져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당시 동산방 화랑 대표의 증언을 반박 증거로 제시했다. 위작자가 이 작품을 가져와 표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맨눈으로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이 확인됐다거나 희귀하고 값비싼 석채 안료를 사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송곳 같은 도구로 본을 뜨는 것은 동양화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며 "암석에서 추출하는 석채에도 여러 종료가 있으며 안료는 누구나 쓸 수 있어서 아무런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유명 프랑스 감정단의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검찰이 완전히 무시했다는 주장도 다시 한번 펼쳤다. 또 검찰이 시행했다는 과학적 검사는 프랑스 감정단의 검사 기술보다 뒤처진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한) 웨이블릿 검사는 프랑스 감정팀의 다중층간확대분석 방법보다 차원이 낮은 테크닉이어서 당연히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며 "세계 최고 기술의 분석 결과를 무시하고 대검 자체 내에서 진행한 국내 과학진의 분석방법만을 갖고 밝혀낼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과학적 열세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프랑스팀이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데 사용한 계산 식을 미인도를 제외한 9개 진품에 그대로 적용한 결과, 다툼의 여지가 없는 진품조차 진품 확률이 4%대로 낮게 나왔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검찰 측 측정자가 임의로 계산해 만들어낸 자료다. 누가 이런 수치를 도출했는지 정확한 방법과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변호인단 중 한 명인 배금자 변호사는 "프랑스 감정팀이 검찰에 계산 공식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런 계산을 하려면 특수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비 없이 어떻게 계산을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가 검찰 발표와 관련 "전혀 비과학적이고 비객관적이며 임의적 자료를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우리 연구소의 25년 이상 축적된 첨단 기술과 경험을 그렇게 쉽게 흉내 낼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는 20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검찰 발표에 대한 입장을 내 놀 성 예정이다.

게다가 일부 감정가나 평론가들에 의해 제기돼온 위작 주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술품감정학 권위자로 지난 7월 자신의 저서 ‘미술품 감정비책’에서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던 이동천 박사는 검찰 발표에 대해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천경자 전문가로 통하는 미술평론가 최광진 씨도 지난 6월 “‘미인도’가 그리다 만 작품이라면 모르지만 완성작이라면 위작”이라고 주장했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는 검찰 조사 자문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씨도 "천 화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대체 무슨 흑막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벌써부터 뜻있는 미술계 인사들과 미술품 감정을 제대로 전공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미인도 위작 문제를 처음부터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초자료부터 그동안의 논란 요소를 미술품 감정학자들이 주축을 이뤄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연구 논문수준의 작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검찰발표가 위작논란의 종지부가 아니라 새로운 논란의 발화점이 되고 있다. 천경자 위작논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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