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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패법이란사민(敗法以亂士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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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2 01:20:29 수정 : 2016-12-22 01: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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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와 참모는 어떤 관계일까. 전통적 관계는 상명하복이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동지적 입장도 있다. 참모 개개인의 전문성을 인정, 상호보완관계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명참모는 ‘주군’을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케 하고, 지도자는 참모에게 보람을 갖게 한다.

참모의 할 일은 많다. 지도자가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도록 보좌하는 일이 중요하다. 더하고 뺌이 없는 직언(直言)이다. 물론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심 없는 직언은 모시는 ‘주군’을, 아니 몸담고 있는 조직과 국가를 구하는 ‘명약’이 되곤 한다.

중국 동진시대 갈홍이 지은 ‘포박자(抱朴子)’는 “도끼로 맞더라도 바른 길로 가도록 간하며, 솥에 넣어서 삶아 죽이려 하더라도 옳은 말을 다하는 게 충신(迎斧鉞而正諫 據鼎 而盡言 此謂忠臣也)”이라고 가르쳤다.

참모의 역할을 잘못하는 사례도 적잖다. 중국 전국시대 법가 ‘한비자’는 요직에 있는 중신의 패거리들이 간악해 군주를 속이기에 망국의 길로 가고 있음을 개탄했다. 한비자는 “고관대작들은 어리석고 더럽혀진 사람들을 껴안아 위로는 이들과 함께 군주를 속이고, 아래로는 이들과 함께 이익을 찾아 침탈을 일삼는다(大臣挾愚汚之人 上與之欺主 下與之收利侵漁)”며 “패거리를 지어 서로 말을 맞추어 군주를 현혹시키고 법을 지키지 않아 백성들의 삶이 힘들고 나라가 위험에 빠지니 이게 커다란 죄이다(朋黨比周相與 一口惑主 敗法以亂士民 使國家危削 此大罪也)”라고 탄식했다.

한비자는 지도자, 곧 군주에 대한 충언도 잊지 않는다. 한비자는 ‘가까운 사람을 살펴서 간사한 짓을 못하게 해야 한다(審近防奸)’며 “안팎을 관찰해 사사로이 청탁하는 것을 막고, 정책을 제시하면 시켜보되 잘못되면 문책해 간사한 말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察內觀旁關請謁 容陳問責防奸言)”고 강조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세월이 흘러도 다시 새겨볼 지도자와 참모 관계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敗法以亂士民 : ‘법을 지키지 않아 백성들의 삶이 힘들다’라는 뜻.

敗 패할 패, 法 법 법, 以 써 이, 亂 어지러울 란, 士 선비 사, 民 백성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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