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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4년 한양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입력 : 2016-12-23 03:00:00 수정 : 2016-12-22 15: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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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博, ‘1784 유만주의 한양’展 개최

한양 선비 유만주의 일상과 내면을 현미경의 시각으로 살펴, 이를 통해 18세기 한양의 역사적 실체를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은 내년 2월26일까지 서울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1784 유만주의 한양-한양선비의 한해살이’를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한양 선비 유만주의 모습을 표현한 밀랍인형과 24권의 일기 ‘흠영(欽英)’이 전시된 모습.
유만주(兪晩柱·1755~1788)는 길지 않은 생애의 대부분을 서울 남대문 근처 자신의 집에서 글을 읽고 쓰며 보낸 인물이다. 평생 과거시험에 매진했지만 사회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그러나 1775년부터 1787년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적은 24권의 일기 ‘흠영(欽英)’이 없었다면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 놀랍게도 ‘꽃송이와 같은 인간의 아름다운 정신을 흠모한다’는 뜻을 가진 ‘흠영’에는 당시 그가 살았던 한양에서의 삶이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담겨 있다.

흠영은 유만주의 자호이기도 하다. 이 ‘흠영’에는 18세기 후반 한양의 풍경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세밀하게 담겨져 있어 당시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1784년은 문효세자가 책봉된 것을 제외하면 당시 조선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었던 평범한 한 해였다. 이러한 평범함 속에 담겨진 개인의 일상을 주목한 전시회다.

당시 한양은 즉위 8년째에 이른 정조의 정치가 안정적이었고, 큰 기근과 역병이 없이 가을에는 풍년이 들었다. 임진·병자 양란의 후유증은 완전히 극복됐으며, 훼손됐던 수도의 위용도 되찾은 뒤였다.

서른 살이 된 유만주에게도 좋은 시절이었다. 해주판관인 아버지 덕분에 가계 경제가 좋아졌고, 해주에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그는 과거시험 준비와 함께 봉제사와 접빈객은 물론 이사와 같은 굵직한 집안일까지 처리하느라 바빴다.

박물관 관계자는 “정조를 비롯해 동시대를 살아가던 역사적 인물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어느 소시민의 일기에 주석을 달듯 전시를 기획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실제로 새해 첫날 가묘에 차례를 지내는 것을 시작으로 정월대보름의 다리 밟기, 봄철 한양 주변의 꽃구경과 해주·평양기행, 무리해서 이사 간 새집, 과거시험 낙방, 청나라 사신 구경 등 소소한 개인의 경험을 일기에 주석을 다는 것과 같이 전시했다.
 
특히 과거에만 매달리고, 주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하는 유만주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삶과 아주 닮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에선 ‘흠영’, 아버지 유한준(兪漢雋)의 초상화, 즐겨찾던 석양루(夕陽樓)의 그림인 ‘인평대군방전도(麟坪大君坊全圖)’, 낙방한 과거시험의 합격자 명단인 ‘세자책봉경용호방목(王世子冊封慶龍虎榜目)’, 수호전 등 즐겨보던 중국소설, 처방받은 약재 등이 소개된다.

 

200여년 전 한양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된 모습.
이와 관련,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은 “그간 우리 박물관은 구체적인 장소에서 벌어진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왔다”며 “이번 전시에선 그의 일기를 한 장 한 장 읽으며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같은 시선과 감동, 근심으로 한양의 1784년을 산책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김현태 기자  jknewsk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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