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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보상선수로 이적했다 감독 꿰차… 코트의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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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2 21:05:37 수정 : 2016-12-22 21: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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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지사 새옹지마. 변방에 살던 어떤 노인이 자기가 기르던 말로 인하여 화가 복이 되고 복이 화가 되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 사람의 길흉화복은 예측할 수 없음을 뜻한다. 스포츠도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다. 겨울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배구와 농구에서도 새옹지마의 전형을 보여주는 두 지도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과 프로농구 삼성의 이상민 감독이다.

최태웅은 1999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삼성화재에 입단해 주전세터로서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다. 국가대표 주전 세터 자리 역시 그의 차지였다. 그러나 2010년 삼성화재가 라이벌인 현대캐피탈의 토종 주포 박철우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면서 그의 보상 선수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태웅 감독
이상민 감독
라이벌 팀으로의 이적 직후 림프암 발병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하며 선수단 ‘맏형’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던 최태웅은 2014~15시즌이 끝난 뒤 V-리그 사상 최초로 현역 선수에서 사령탑으로 직행했다.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은 뒤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착수한 최태웅 감독은 ‘업템포 1.0’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세계 배구의 대세였던 ‘스피드배구’를 도입했고, 전 선수의 멀티포지션화를 꾀했다. 지난 시즌 전반기만 해도 10승8패에 그쳤지만, 최 감독의 배구철학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후반기에는 18전 전승을 거두며 V-리그 최다연승 신기록을 새로 썼다. 현대캐피탈은 2008~09시즌 이후 7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컵을 탈환했다. 비록 챔피언 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에 패하긴 했지만, 부임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와 수많은 어록을 생성해내며 최고의 감독으로 떠올랐다.

사령탑 2년차인 올 시즌에도 ‘업템포 2.0’을 천명하며 한 단계 진화된 배구를 하겠노라 선언했고, 기상천외하고도 다양한 전술과 세밀한 분석으로 현대캐피탈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21일 대한항공에 3-0 완승을 거두며 남자부 선두에 올라있다. 더욱 극적인 것은 최 감독 부임 이전만 해도 ‘라이벌’ 삼성화재에 20승45패로 철저히 눌렸던 현대캐피탈은 최 감독 부임 이후 8승1패를 거두며 천적관계를 뒤집었다는 점이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상민 감독도 최 감독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1995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현대전자(전주 KCC의 전신)에 입단한 이상민은 2007년까지 팀 공격을 이끄는 포인트가드로서 챔프전 우승 3회, 정규리그 MVP 2회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간판스타로 군림했다. 그러나 KCC가 2007년 서울 삼성에서 FA로 풀린 서장훈을 영입하면서 보호선수 3인에 이상민을 제외했고, 삼성은 그를 보상선수로 데려갔다.

삼성으로 이적한 뒤 2010년까지 현역 생활을 한 이상민은 2012년 삼성의 코치로 부임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4년 사령탑에 올랐다. 부임 첫해 11승43패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지난 시즌 29승25패로 삼성을 5위에 올려놓은 이상민 감독은 올 시즌에는 15승6패로 2위를 달리며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태웅과 이상민. 현역 시절 두 감독 모두 세터와 포인트가드라는 코트 위의 ‘야전 사령관’으로 맹활약하며 배구와 농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선수 말년 FA 보상 선수로 팀을 옮기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절치부심해 그 팀의 사령탑에 오르며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 내려 가고 있다. 역시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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