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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통찰의 과정… “내 탓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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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5 22:21:07 수정 : 2016-12-25 22: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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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은 의식 못했던 속마음 깨닫는 것
모든 문제 자신에게도 책임… 인식 필요
“너무 힘들어서 못 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마음 건강에 대한 특강을 하고 나면 이런 질문을 해오는 분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그럴 때마다 힘든 사연을 들은 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으면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은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제가 상담받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상담받을 사람은 제가 아닌데”라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보기에 문제는 분명 다른 사람에게 있는데, 왜 자신이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상담은 어려움을 야기하는 상황이나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상담은 괴로워하는 당사자와 하는 것이지,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상담은 어려운 상황 자체를 해결해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을 내려주는 것도 아니다. 상담은 내담자가 상대방과 상황에 대해 통찰을 하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다. 통찰은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속마음을 깨닫는 것이다. 통찰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평온해야 한다. 마치 소용돌이치는 파도처럼 마음이 출렁거리면 합리적인 판단과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없다. 마음이 평온해지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가둬둔 감정이 표현돼야 한다.

말썽을 심하게 부리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 때문에 말 그대로 속이 타들어가는 어머니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동안 이 어머니는 아들의 나쁜 행동을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양육에 관한 책을 여러 권 구입해 읽어보고 그 책에서 권하는 여러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상담실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아무런 제지나 망설임 없이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아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다 쏟아낸 후 어머니의 태도가 조금 변했다. 처음에는 아들이 버릇이 없기에 나쁜 행동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해야 버릇을 고칠 수 있는지 상담을 시작한 어머니가 아들이 나쁜 행동을 하는 이유가 혹시 부모에게서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가끔 아들이 이상할 정도로 착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후 어머니는 자신이 아들에게 충분히 관심을 베풀어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아들이 이렇게 된 데는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정이 많은 타입’이 아니라고 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그녀는 “정이 별로 없는 엄마를 만나 아들이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요”라고 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왜 별로 정을 주지 않는 무뚝뚝한 성격이 됐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통찰의 시간을 가진 후 그녀는 이번 설에는 아들과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어머니는 처음에는 모든 잘못이 아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자 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아마도 어머니가 먼저 아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아들의 태도도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만남과풀림 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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