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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러·일 정상 발 빠른 국익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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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7 22:31:43 수정 : 2016-12-27 22: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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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힘과 세력의 확대논리가 철저히 지배하고 있는 국제정치에서 흔히 인용되는 경구는 ‘외교에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일 것이다. 국제사회의 주체적 행위자로서의 국가는 모두 자국의 국익에 초점을 맞춰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므로 도덕적 이상이나 공동선의 추구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 특히 지정학적 이유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약소국의 경우 대외전략의 미세한 실수 하나로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임기응변에 가까운 단기적 차원에서의 대응전략뿐 아니라 중·장기적 차원에서의 치밀한 대외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단기적 차원에서의 전략적 대응에서는 무엇보다 최고정치지도자의 역할과 자질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개최된 러·일 정상회담은 이러한 국제 정치적 현실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사례였다. 남·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거점이 강화되는 것을 막으려 하는 일본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 인해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국면에서 일본이 이탈하는 것을 의미하며, 당시 푸틴의 선택도 일본을 자국에 유리한 상황에 묶어둠으로써 서방의 대러 제재에 균열이 가도록 하는 나름의 특별한 수였다.


강량 한국문화안보연구원 특별연구위원·국제정치학
그러나 이러한 정황은 이번 러·일 정상회담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푸틴은 회담 하루 전 “일본과의 북방영토 문제는 전혀 없다”고 강조하며 쿠릴열도는 러시아가 실질지배하는 주권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푸틴은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4개 북방 섬을 통한 러·일 공동경제활동지역을 구상하고 이에 따른 기반조건과 법적 사안에 대한 정부 간 실무협의팀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푸틴의 의도는 3000억엔 규모의 경제원조를 제공하기로 한 아베의 체면을 살려주는 데 있었다고 보인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러 관계의 변화와 푸틴의 영향력 급등으로 푸틴은 일본과의 북방영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는 것보다 러·일 경협관계와 연계해 장기프로그램으로 가져갈 경우 일본으로부터 얻어낼 경제적 이득이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힐러리의 당선을 지지했던 아베로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철폐를 공약했던 트럼프의 당선이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외국 정상으로는 첫 번째로 트럼프 당선자와의 비공식회담을 개최해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내년 2월 미·일 정상회담을 약속받는 발 빠른 외교적 대응으로 국익을 위한 최고정치지도자의 임기응변식 대응전략의 성공사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 이는 TPP를 통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13조6000억엔을 추가로 제고시킬 것이라고 공약했던 아베에게 TPP의 철폐는 당연히 국내적인 정치적 타격이 될 수도 있었는데 이를 보기 좋게 만회한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중, 러·일, 중·러 관계가 요동치고 있고, 특히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인 이들 나라 모두 철저한 국익개념에서 경쟁과 갈등관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적 문제로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 우리의 외교력이 너무나도 왜소해 보인다는 것이다.

강량 한국문화안보연구원 특별연구위원·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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