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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물환성이(物換星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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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9 01:25:32 수정 : 2016-12-29 01: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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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세모(歲暮)다. 아쉬움이 가슴을 쓰리게 한다. 비선들의 국정농단과 더욱 짙어지는 불황의 그늘 등으로 을씨년스러운 연말이다. 한 해를 어떻게 하면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웃을 배려하고 양보·봉사하는 정신이 요청된다.

‘채근담’은 “이익이 되는 일에는 남보다 앞서지 말고 덕을 닦는 일에는 남보다 뒤떨어지지 말라. 남에게서 뭔가를 받는 것은 분수를 넘지 않도록 하고 수양을 하는 일은 분수 이하로 줄이지 말라(寵利 毋居人前 德業 毋落人後 毋踰分外 修爲 毋減分中)”고 가르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동체정신이 있어야만 세모는 종말을 뜻하는 만가(輓歌)가 아닌, 내일의 태양을 맞이하는 교향악과도 같은 것이다. 노자 ‘도덕경’에 “마무리를 처음처럼 신중하게 하면 실패할 일이 없다(愼終如始則無敗事)”는 말은 유시지중(有始之重)과 유종지미(有終之美), 곧 시작의 중요성 못잖게 마무리를 잘하라는 가르침의 강조다.

그렇다. 만물은 바뀌고 세월은 흐르며 세태가 변화하는 것은 우주법칙이다. 부질없는 세월이다. 좀 가진 게 있다고 우쭐거리지 말고 매듭을 잘 지어야겠다. 당나라 초기 시인 왕발(王勃)의 ‘등왕각(騰王閣)’을 감상해 보자.

“패옥 소리와 말방울 소리에 가무는 사라졌도다/ … 한가로이 떠가는 구름과 연못의 짙은 물빛은 언제나 유유한데/ 사물은 바뀌고 세월은 흘러가는데 별자리 움직이듯 몇 해가 지났던가/ 누각에 계시던 황태자는 지금 어디 계시는지/ 난간 밖엔 장강만 부질없이 흐른다(佩玉鳴鸞罷歌舞 … 閑雲潭影日悠悠 物換星移幾度秋 閣中帝子今何在 檻外長江空自流).”

등왕각은 당 고조의 아들 등왕(騰王) 이원영이 지은 누각이다. 그 옛날 등왕의 생전에 들리던 패옥 소리와 방울 소리가 이미 사라진 데서 시인은 인생무상을 느낀다. 높게 솟아 있는 등왕각의 모습이 오히려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어서 위용보다는 쓸쓸함만 휘몰아친다. 부귀영화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느낄 수 있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物換星移 : ‘사물은 바뀌고 세월은 흘러간다’는 뜻.

物 물건 물, 換 바꿀 환, 星 별 성, 移 옮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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