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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욱과 이승원의 3cm 차이, 결과는 V-클래식 매치 첫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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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9 09:09:09 수정 : 2016-12-29 0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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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전가의 보도’는 바로 속공이다. 신영석과 최민호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주전 센터들을 보유한 덕분이다. 이들은 탁월한 점프력과 체공력을 앞세워 네트 앞에서 수직으로 떠서 때리는 속공뿐만 아니라 어택 라인 근처에서 앞으로 뛰어 네트와의 거리를 좀 두고도 얼마든지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속공도 구사한다. 둘의 압도적인 속공 능력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속공 시도 개수(344개), 성공 개수(219개) 모두 1위다. 속공 시도 300개와 성공 200개를 넘긴 유일한 팀일 정도다. 물론 성공률도 63.66%로 전체 1위다.

속공은 배구에서 가장 성공률이 높은 공격 방법이다. 현대캐피탈이 워낙 압도적인 속공을 보유한 덕에 가장 공격 빈도가 높은 오픈 공격 성공률이 41.94%로 6위임에도 팀 전체 공격 성공공률은 54.21%로 전체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토스하는 현대캐피탈 노재욱.

그간 V-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2단 오픈 능력이 부각됐다. 세트 플레이의 구사는 정교한 리시브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결국 리시브가 흔들리거나 상대 공격을 수비로 걷어 올렸을 땐 2단 오픈 공격의 불가피하다. 특히 연속 점수를 내기 위해선 상대 공격을 받아낸 뒤 2단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는 게 중요하다.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인 톤이 공격보단 수비에 방점이 찍히는 선수다 보니 팀 전체의 2단 오픈 공격 능력이 떨어짐에도 지금처럼 선두를 질주할 수 있는 것은 2단 상황에서도 속공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원동력 중 하나다.

현대캐피탈은 3라운드를 4연승으로 마치며 본격적으로 선두 독주 체제를 갖췄다. 최상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친 현대캐피탈은 28일 홈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삼성화재를 만났다. 올 시즌부터 V-리그 클래식 매치라 명명한 삼성화재와의 이전 세 차례 맞대결을 모두 승리한 데다 삼성화재가 최근 4연패에 빠지며 팀 분위기가 뒤숭숭했기에 현대캐피탈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경기 전부터 일이 꼬였다. 팀의 주전 세터인 노재욱이 경기 전날 훈련을 마치고 갑작스런 허리 통증을 호소한 것. 최태웅 감독은 결국 노재욱을 경기가 열리는 천안 유관순체육관에 데려오지 못했다. 백업 세터인 이승원으로 V-클래식 매치를 임하게 된 것이다.

노재욱과 이승원은 2014~15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1라운드 3순위, 6순위로 V-리그에 입한 입단 동기다. 노재욱은 성균관대 4학년을 모두 마치고 프로에 뛰어들었고, 이승원은 한양대 3학년 재학 중에 ‘얼리’로 드래프트에 참가해 1살 터울의 형-동생 사이다. 현대캐피탈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권영민을 내주고 노재욱, 정영호를 받으면서 이승원과 노재욱은 함께 뛰게 됐다.

두 세터는 스타일이 다르다. 노재욱은 신장이 1m91로 세터치고는 장신인 편이다. 그 덕에 토스 타점이 높거, 토스 구질도 빠른 편이다. 토스 컨트롤이 다소 기복이 있다는 게 흠이지만, 최태웅 감독의 집중 조련 아래 재기 넘치는 토스워크로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차며 V-리그 최고 세터 반열에 올라섰다. 반면 이승원은 1m88로 노재욱보다 신장이 다소 작아 토스타점은 낮지만, 안정적 컨트롤이 장점인 세터다. 라이트로 쏴주는 백토스도 좋다. 최태웅 감독이 현역생활을 하던 2014~15시즌엔 신인임에도 김호철 감독의 신뢰 속에 최태웅, 권영민이라는 당대 최고 세터들을 제치고 주전 세터로 활약한 적도 있다. 경기 전 최태웅 감독은 노재욱의 결장 소식을 알리면서도 “(이)승원이도 분명 기량이 수준급인 좋은 세터다. 승원이가 좋은 경기 운영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재욱에 가려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길었던 게 문제가 됐다. 오랜만에 주전으로 출장한 이승원의 토스워크는 들쑥날쑥했고, 팀원들과의 호흡은 흔들렸다. 특히나 현대캐피탈이 ‘스피드 배구’를 앞세우며 빠른 템포의 경기를 추구하는 팀이다 보니 찰나의 타이밍만 엇나가도 공격의 위력이 반감되기에 주전 세터 노재욱의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긴장한 탓인지 3세트엔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결국 백토스를 주로 받아 치는 문성민만이 서브에이스 5개 포함 24득점(공격 성공률 52.78%)을 올리며 제 몫을 다 했다. 지난 삼성화재와의 2~3라운드 맞대결에서 모두 공격 성공률 70%를 넘겼던 톤은 이날 이승원과의 호흡에서 문제를 보이며 5득점, 공격 성공률 25%에 그쳤다.
현대캐피탈 이승원.

하나 더. 이날 이승원은 팀의 주무기인 속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의 속공은 팀 공격시도의 19.19%, 공격득점의 22.53%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속공이 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93%(18/113)로 떨어졌고, 속공 성공률도 50%(최민호 4/10, 신영석 5/8)로 시즌 평균에 비해 13% 이상 떨어졌다. 상대 블로커가 미처 따라오지 못하게 빠르게 엮어내야 하는 속공은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공격 방법이다. 이승원이 신영석, 최민호와 호흡도 잘 맞지 않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물론 이승원이 속공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이날 현대캐피탈의 리시브 성공률은 39.24%(35/79, 4개 실패)에 그쳤다.

문성민을 제외하면 아무도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데다 전매특허인 속공까지 부진에 빠진 현대캐피탈인 타이스가 혼자 36점(공격 성공률 61.54%)을 몰아친 삼성화재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최근 연승행진이 ‘4’에서 중단됐고, V-클래식 매치 첫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 뒤 최태웅 감독은 노재욱의 공백을 인정했다. 그는 “중요한 라이벌전인데 노재욱을 비롯해 다른 주전 선수들의 몸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런 제 자신이 먼저 반성을 해야하는 경기다”라며 경기 총평을 남겼다.

최 감독은 노재욱과 이승원이 올리는 속공 토스의 위력이 다른 것을 토스 타점을 들어 설명했다. 그는 “(노)재욱이는 신장이 더 크기 때문에 토스 타점이 높아 속공을 활용하기 더 수월하다. 반면 승원이는 그렇지 못 하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프로필상 신장 차이는 고작 3cm에 불과하다. 이 차이가 크게 작용하냐고 묻자 “두 선수의 팔 길이도 다르기에 토스 타점 차이가 5~6cm는 더 난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배구에서는 1cm 타점 차이에 의해 블로킹 셧아웃이 되느냐, 블로킹에 맞고 수비수가 받을 수 없는 위치로 튀어나가느냐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승원의 실전 감각 이전에 두 세터가 가진 피지컬적인 차이도 속공의 위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캐피탈(승점 38, 13승6패)은 31일 한국전력(승점 35, 13승5패)과 4라운드 맞대결을 치른다.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 유일하게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3전 전패를 당한 팀이다. 게다가 두 팀은 1,2위를 달리고 있기에 이날 경기는 ‘승점 6’짜리 경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최 감독은 “노재욱의 한국전력전 출장 여부는 상태를 더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노재욱이 한국전력전에도 나올 수 없다면 그 역할은 이승원이 대신 해야한다. 과연 이승원이 노재욱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현대캐피탈의 연패를 막음과 동시에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3cm의 차이’를 넘어서는 이승원의 특별함이 필요한 때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현대캐피탈 배구단,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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